유튜브서 美불법체류 청소년 구제호소 한인대학생


유튜브서 美불법체류 청소년 구제호소 한인대학생 (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 불법 체류자 신분의 젊은이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른바 '드림법안'(DREAM Act) 통과를 호소하는 유튜브 동영상에 출연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대) 수학과 4년 박준석(24·미국명 테렌스 박)씨가 UC버클리 대학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02.17 photo@yna.co.kr

UC버클리 수학동아리 회장 박준석씨 "저도 불법체류자지만 용기 냈다"

故스티브 잡스 부인 후원에 유명 영화감독 데이비스 구겐하임이 제작

(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 "미국에서 불법체류 신분 젊은이 한 명을 추방하는데 2만3천달러가 필요합니다. 이런 젊은이가 210만 명이나 돼 이들을 모두 추방하려면 483억 달러(약 52조원)의 세금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이들이 미국에 남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이보다 훨씬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불법 체류자 신분의 젊은이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주는 이른바 '드림법안'(DREAM Act) 통과를 호소하는 유튜브 동영상에 출연한 한국계 대학생이 화제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테렌스의 칠판 대화'(Terrance's Chalkboard Talk)라는 제목의 2분짜리 이 동영상은 애플의 공동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런 파월이 주도하는 '꿈은 여기에(The Dream is Now)'라는 미국 내 불우 학생을 위한 교육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화감독 데이비스 구겐하임이 제작했다.

구겐하임은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과 교육용 다큐멘터리 '슈퍼맨을 기다리며'(Waiting for 'Superman) 등을 연출한 유명감독.

14일(현지시간)부터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이 동영상에 출연해 스스로 불법체류 신분임을 공개한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 수학과 4년 박준석(24·미국명 테렌스 박)씨.

이 대학 수학 동아리 회장이기도 한 그는 동영상에서 불법체류 젊은이 추방 비용과 그들이 미국에 남아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사회에 기여해 미국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을 수학적으로 대비하는 식으로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박 씨는 16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최근 법이 개정돼 향후 2년간 추방위협을 피할 수는 있게 됐지만 여전히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처음에는 출연을 망설였다"며 "하지만 저처럼 불안한 신분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겪었던 '좋지 않은' 경험들로 인해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을 숨겨왔다고 털어놓았다.

박 씨는 "UC버클리 편입 전에 다녔던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에서 친하게 지내던 교수님에게 제 신분을 말씀드렸을 때 놀라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미국 친구 중에도 불법체류자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 무의식적으로 숨기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 동영상이 공개된 후 시험기간인데도 ABC방송과 허핑턴포스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미국 주요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시간을 쪼개 응하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드림법안'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등은 박 씨를 포함한 이들 젊은이는 16세 이전에 가족들이 미국에 불법 이민을 오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법 체류 신분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 씨도 10살 때인 2000년 9월11일 어머니(54), 쌍둥이 여동생들과 함께 미국에 왔으나 변호사의 무성의와 실수로 합법적인 신분을 얻지 못해 불법체류 신분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원서를 작성하면서 불법체류 신분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때까지 제 신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튜브서 美불법체류 청소년 구제호소 한인대학생 (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 불법 체류자 신분의 젊은이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른바 '드림법안'(DREAM Act) 통과를 호소하는 유튜브 동영상에 출연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대) 수학과 4년 박준석(24·미국명 테렌스 박)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13.02.17 photo@yna.co.kr

박 씨는 결국 등록금이 없어 정규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했으며, UC버클리로 편입한 후에도 학비를 벌기 위해 1년 넘게 휴학하기도 했다. 또 세탁소와 식당 일, 과외 등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를 벌어야 했다.

게다가 적발되면 추방될 수도 있다는 걱정으로 인해 이민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비행기나 기차여행을 하지 않는 등 캘리포니아주를 벗어나 보지 못했다.

그는 "솔직히 가끔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보모) 등 무슨 일이든 하시는 것을 보고는 결국 원망보다 미안함이 앞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행히 2011년과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와 연방정부가 16세 전에 미국에 이주한 학생들 중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학자금 지원과 추방을 연기해 주기로 함에 따라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박 씨는 전했다.

박 씨의 쌍둥이 동생들도 모두 현재 UC버클리에 다니고 있다.

그는 현재 예일대와 브라운대 등에서 대학원 생물통계학과 입학허가를 받았으나 동부지역은 캘리포니아주와 달리 아직 불법체류자에 대한 학자금 지원프로그램이 없어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힌 상태이다.

박 씨는 그러나 "이들 대학에 직접 찾아가 관계자와 만나 공부할 방법을 찾아낼 계획"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했다.

그는 "어릴 때 미국에 왔지만 한국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다"며 "그때와 비교하면 많이 변했다고 들었는데 합법적인 신분을 획득하고 나서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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