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선원 인권 침해로 국제적 망신 사서야

 

미국 정부가 다음 달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한국의 인권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원양어선의 외국인 선원에 대한 강제노동과 임금체불 등 인권 침해를 이유로 들었다. 미 국무부가 해마다 내는 인신매매 보고서가 인권지표의 교과서는 아니지만, 적나라하게 드러난 우리의 인권실태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미 국무부가 문제 삼은 우리 원양어선의 외국인 선원 인권침해 사례는 말문을 막히게 한다.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자행된 가혹한 노동과 저임금은 노예노동을 방불케 했다. 폭력에다 성추행까지 서슴지 않았다니 이런 지옥도 없다. 뉴질랜드 정부가 자국 근해에서 조업하던 우리 원양어선에서 탈출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피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다. 정부나 업체의 소홀한 관리와 늑장 대처가 국제적 인권문제를 자초한 셈이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무시 경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 해 전에는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인과 한국인의 결혼을 전면 금지하는 일도 있었다. 자국 출신의 신부가 한국에서 당하는 가정폭력과 학대 등에 분노한 것이다. 어린 베트남 신부가 정신이상 남편에게 살해된 적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착취 또한 도를 넘었다. 툭하면 임금을 떼먹고 폭력까지 휘두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인권불량 국가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선진국이 달리 선진국이 아니다. 인종과 계층을 초월해 모든 이가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을 때 선진국 소리를 듣는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홀대 받고 기본적 삶의 권리마저 무시 당한다면 어떻게 선진국을 운위할 수 있겠는가. 당장 미국의 인권보고서에 우리 인권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극적 인권정책의 실현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권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새 정부는 사회적 약자, 특히 외국인의 인권문제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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