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만 강요… 아직도 이방인 같아”
국내 거주 외국인 눈으로 본 ‘反다문화 현주소’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로지 한국 문화만을 강요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면 서글픕니다.”

▲ 왼쪽부터 사르하지(터키)-루나(방글라데시)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지하 1층 푸드코트에서 케밥 코너를 운영하는 터키인 사르하지(26)는 아직도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바로 한국인들의 ‘고집’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사르하지는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에서 만난 지인들과 삼겹살을 먹을 때면 고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이 “양고기는 먹으면서 돼지고기는 왜 못 먹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볼 때면 마음이 찢어지듯 아프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한국 문화를 강요할 때는 무섭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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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하지는 노르웨이 참극을 입에 올렸다. “유럽의 반이슬람 정서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고 있다.”면서 “유럽에서 언젠가 이런 참극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했던 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을 여전히 외국인으로 보지만 그래도 무조건 적대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이슬람 교인들이 서울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에서 예배하는 모습을 보고도 손가락질을 하는 한국인은 이제 거의 없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혈맹국에 대한 호감으로 지난 2007년 한국을 찾은 사르하지는 한국인 여성과 사랑에 빠져 지난해 결혼했다. 그는 “가족 중심적인 한국 전통을 다문화수용하는 통로로 활용한다면 문명에 반하는 반다문화주의가 한국 땅에서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나름의 견해를 내놨다.

중국인 리징(27·여)에게 한국인과의 결혼은 ‘악몽’이었다. 리징은 2008년 5월 14살 연상의 한국인을 만나 서울 관악구 봉천동 시댁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1주일에 고작 3일 정도밖에 귀가하지 않는 남편은 거의 매일 고주망태가 되어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임신을 했고, 잠깐 중국의 고향에 다녀왔다. 그런데 남편은 갑자기 리징에게 “위장결혼을 한 것 아니냐. 이혼하자. (임신 6개월째인) 아이를 없애라.”고 막무가내로 강요했다. 결국 불화는 법정으로 비화됐다. 법원은 리징과 남편에게 공동친권 판결을 내렸다. 리징은 이 판결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남편의 동의가 없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 반려됐고, 중국으로 돌아가려 해도 남편의 동의가 없어 딸의 여권조차 만들 수 없다. 현재 리징은 중국의 부모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노르웨이 사태가 발생하자 중국의 가족들은 리징에게 “얼른 돌아오라.”고 재촉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수화기를 들고 눈물만 흘릴 뿐이다. 그는 “한국에도 외국인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중국인을 잠재적 범죄인 취급하는 한국인들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이주해 온 루나(27·여)는 한국인들의 인터넷 악플로 받은 상처를 털어놨다. 지난해 3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루나는 한국 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을 묻는 질문에 “부모님을 한국으로 모셔오고 싶은데 비자 발급 절차가 복잡하다.”고 했다가 혼쭐이 났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면서 어디 불만을 토로하느냐.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라.”는 내용의 댓글이 인터넷을 달군 것이다. 며칠 동안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그 뒤로는 한국에서 불평불만을 말하기가 두려워졌다고 했다.

그래도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며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이는 루나는 “가난한 나라에서 왔어도 다 똑같은 사람”이라면서 “외국인도 따뜻하게 맞이하고, 인간적으로 존중해 주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김진아·김소라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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