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외국인 선원이지 노예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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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날짜, 기자

2011-12-26 07:40 제주CBS 김대휘 기자블로그

국내선원을 구하기 어려워진 국내 어선업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노동력을 수입하는 외국인 선원제도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근해어선 외국인 선원은 수협중앙회가 국토해양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연근해어선 취업비자(E-10-2)를 통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은 2007년 1,740명 이후에 2011년 현재 약 7,467명이다. 제주지역에서는 주로 갈치와 참조기 어선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작업장을 이탈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인권 유린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제주CBS에서는 '창립 10주년 특별기획'으로 연근해 외국인 선원제도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 주]

①외국인 선원이 말하는 선상 폭언과 폭행
②줄어들지 않는 외국인 선원 이탈률
③천만 원이 넘는 중개수수료에 보증금까지
④민간에 의존하는 유입정책 그리고 대책

중국인 쪼우바이린(허난성.32) 씨는 제주도에서 연근해 선원으로 일한지 1년이 됐다. 쪼우바이린씨는 지난해 10월 제주도로 왔다. 이틀 만에 배를 탔다. 서귀포에서 처음 갈치 배를 탔는데 지금은 성산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처음 갈치 배를 탔을 때 배 멀미로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조업 중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또 선상에서의 잦은 폭행으로 결국 싸움이 일었다.

그는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온지 이틀째에 배를 탔는데, 멀미를 해서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졌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도 받지 못하고, 쉬지도 못했다. 하루도 못 쉬고 계속 일했다. 중국에서 택시를 운전 할 때는 손이 여자 손처럼 예뻤는데, 지금은 배에서 일하다보니 손에 염증이 생겼지만 그래도 계속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쪼우바이린 씨는 그 후에도 한국선원들의 잦은 폭행에 시달리다 성산포로 작업장을 옮겼다. 지금은 "선주가 잘 대해주면서 폭행은 없어졌다"고 밝혔다.

연근해 어선 노동자는 한번 출항을 하면 하루 18시간에서 20시간의 고된 노동이 계속된다. 또 다른 외국인 선원 노동자 랑연체(중국 허난성.35)씨는 “고된 노동은 참을 수 있지만 욕하고 때리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랑연체씨는 "일이 힘든 것은 그나마 참을 수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욕하고 때리는 것은 참을 수 가 없다. 때리지 않고 욕하지 않으면 최소 5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심하게 때리는 건 적은 데, 보통 손으로 몇 번 때리고 발로 여러 번 찼다 "라고 말했다.

그는 고향에서 건축현장 노동자였다. 자녀는 3명으로 막내는 한살이다. 제주도에 온 지 1년이 됐다. 외국인 선원은 작업이 끝난 후 뒷일까지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도 없이 극한의 노동을 하고 있다.

중국인 짱유청(허난성.39)씨는 "우린 노예가 아니다. 한국 올 때 힘든 일을 할 것은 이미 각오가 돼 있다. 일이 힘든 것은 다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잘하든 못하든 욕하고 기분이 안 좋으면 욕하고 때리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다”라고 항변했다.

“힘들어도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계속되는 잦은 폭언과 폭행은 참을 수 없다”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 외국인 선원 노동자 이탈률… 8.5%? 혹은 28.5%?

외국인 연근해 선원의 사업장 이탈률은 전국 평균 28%를 넘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 지역은 37%를 넘으면서 외국인들이 느끼는 인권 피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강원 지역은 42%에 이른다.

중국 길림성 출신 뚜우바이뚱(33). 그는 지금 한국에 없다. 불법체류자로 살다가 지난 7월 중국으로 송환됐다. 뚜우바이뚱 씨는 지난해 연근해 어선 비자(E-10-2)로 한국에 온지 2주일 만에 손가락이 절단됐다. 하지만 어업재해보상보험을 받는 데는 10개월이 필요했다.

제주이주민센터 박민수 간사는 "2010년 8월 7일 다쳐서 10월 이주민센터에 왔다. 고용주가 공제보험도 거부하고, 이의신청하고 재심의를 신청했다. 본사에서 내려와서 심의도 했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2011년 5월에 됐다"라고 말했다.

고의로 손가락을 절단한 것 같다는 선주의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팽팽한 설득이 10개월 동안 계속됐다.

어렵게 치료가 끝난 후 뚜우바이뚱씨는 다른 배를 탔지만 손가락 절단 장애인을 받아주는 선주가 없자, 결국 불법취업을 했지만 당국에 적발돼 송환됐다.

박민수 간사는 “지난 5월에 퇴소하고 대구에서 불법체류를 했다. 그 후에 단속에 걸렸다고 전화가 왔죠. 청주에 있는 외국인보호소에 있다가 강제출국 당했다” 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하고 있는 외국인 선원의 사업장 이탈률은 올해 9월말 현재 8.5%이다. 하지만 수협중앙회 자료는 3월말 현재 전국 평균 28.2%이다.

이처럼 외국인 선원 이탈률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이탈인원에 대한 집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9월까지 633명이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수협중앙회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1,980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지역 이탈률은 26.4%. 서귀포시는 37.3%에 이른다.

외국인 선원 노동자 문제를 연구하는 윤명희씨는 “국내로 유입되는 이주노동 단수기능인력중에 선원 취업 비자로 들어온 노동자가 고용허가제도로 유입된 인력보다 이탈률이 높다. 첫 번째 이유는 인권문제, 두 번째는 노동량에 비해 적은 월급, 그리고 차별적인 노동 강도 때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원 노동자의 문제는 특정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지역 노동인권 단체들이 지난 6월 마련한 간담회에서는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소개됐다.

1년여 동안 부산지역 외국인 선원 노동자의 상담사례와 관련단체들의 활동을 정리한 이날 경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선원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가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부당한 관리비 징수와 신분증과 통장 압류,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알지 못하는 월급 80만원의 최저임금. 여기에 빈번한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사례도 소개된다.

또 송입회사의 불법 알선료 징수 그리고 욕설과 구타, 조업강요, 강제출국 등이 외국인선원들의 피해 상담에서 파악된다.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오경석 연구실장은 이 같은 외국인 선원 노동자 문제에 대해 ‘우리사회의 조직화된 무책임성’이라고 지적한다.

오 실장은 “주무 부처의 무책임성과 방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제도가 그대로 있는 한 그런 무책임성은 계속될 것”이라며, “그들은 (외국인 선원) 권리의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를 갖지 못하는 사람, 권리의 범주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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