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민원 대행기관 ‘수수료 횡포’
김향미·조미덥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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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ㆍ국적취득·체류연장 등에 최대 수백만원 요구 … 이주외국인들 ‘눈물’

    베트남 출신 쩐녹난(26)은 2006년 한국인 남성과
    국제결혼한 뒤 ‘결혼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 이혼했다. 어린 아들의 미래를 위해 한국에 살기로 결심한 그는 지난해 9월 국적법에 따라 한국에 2년 이상 거주한 자격(F-2)으로 국적 취득을 신청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 하지만 “인터넷 신청을 하든지 대행기관을 통해 신청하라”는 말만 듣고 돌아섰다.

    민원업무 대행기관은 서류를 만들려면 500만원이 든다고 했다. 쩐녹난은 25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돈을 입금했지만 이 기관은 1년 이상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스리랑카 출신 남성 ㄱ씨(32)는 지난주 ‘미등록 외국인’으로 단속됐다. ㄱ씨는 고용허가 비자로 5년 전 입국, 최근 비자가 만료됐는데 체류기간을 연장하지 못했다. 바로
    민원대행기관에 문의했고, 대행기관은 “착수금 300만원을 내면 내년 10월쯤 체류허가를 받게 해주겠다. 만약 성사가 안되면 200만원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단속이 되면 체류허가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ㄱ씨가 본국에 가서 혼인 서류 등을 구비해 비자를 재신청하지 않는 이상 그는 한국에 머물기 어렵게 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2월16일부터 민원창구 혼잡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각종 체류허가 신청 민원을 ‘출입국민원업무 대행지정기관’이 접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행기관들이 이주외국인들이 행정업무를 잘 모르고, 한국어가 서툴다는 점을 악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는 지난달 초 쩐녹난의 사연을 듣고 수도권 10개 대행기관에 전화를 걸어 실태를 파악했다. 복지센터 측은 “쩐녹난의 사례를 들어 ‘대행비용’을 문의한 결과 7곳에서는 20만~40만원을, 3곳에서는 100만~500만원을 요구했다”고 12일 밝혔다.

    법무부가 밝힌 대행 수수료의 권장 상한액은 ‘체류자격변경허가 신청’은 5만원, ‘체류자격변경허가 외 각종 허가와 외국인등록신고’는 3만원이다.

    법무부는 지난 10월부터 방문신청도 받고 있지만 행정업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대행기관을 찾는 것을 관행으로 여기고 있다.

    법무부가 등록허가를 내준 대행기관은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에 595곳이다.
    행정사 자격증이 있으면 출입국관리소에 등록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행정사 관리는 행정안전부 업무”라며 “법무부는 대행기관이 허위서류 제출·방조나 불법 브로커 활동 등 위법행위를 할 때 제재할 수 있을 뿐 수수료를 규제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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