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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 22일, '2012년 외국인 고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외국인 취업자 수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국내에 상주하는 만 15세 이상 외국인 중 표본으로 추출된 1만 명을 대상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 대한 취업·실업 등의 고용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외국인력 정책 수립과 국내 노동시장 분석에 필요한 자료로 제공하고자 실시되었다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 통계청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하고 있는 법률상의 용어인 '외국인 근로자'가 아닌, 실질적으로 취업상태에 있는 외국인을 의미하는 '외국인 취업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도 조사대상 기간 중에 일을 하지 않았으면 취업자가 아니고, '외국인 취업자' 중에서도 결혼이민자나 유학생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취업자라는 말은 결국 우리사회가 흔히 이주노동자라고 부르는 비전문취업자, 단순노무직종에 일하는 이들 외에도, 결혼이민자나 유학생도 이주노동자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표현이라 하겠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6월 기준으로 국내 상주 15세 이상 외국인은 111만4000명이며, 취업자는 총 79만10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내국인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2511만7000명)의 3.2%다. 외국인 중 남자 취업자가 51만8000명(65.4%), 여자 취업자가 27만4000명(34.6%)로 남자가 여자의 두 배 가까이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를 백분율로 환산한 고용률은 남자가 83.1%, 여자가 55.7%로 남녀의 고용률 격차가 27.4%나 되었다.

한편 외국인 비경제활동인구는 29만 명인데, 그 중 남자 외국인 비경제활동인구는 8만9000명인데 비해, 여자 외국인 비경제활동인구는 20만1000명으로 여성의 비경제활동이 두 배 이상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비경제활동인구의 상태는 육아 및 가사가 11만 4000명(39.3%)으로 가장 많고, 정규교육기관 통학 7만6000명(26.4%), 쉬고 있는 상태 7만명(24.2%) 등의 순이었다.

남자 비경제활동인구의 43.6%인 3만9000명이 정규교육기관 통학인 것과 달리, 여성 비경제활동인구의 절반 이상인 11만1000명(55.4%)이 육아 및 가사에 종사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국내 체류 상당수 외국인 여성들 역시 취업기회 등에서 불리하며, 가부장적인 구조 아래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구직 알선, 공짜라는데 찾는 사람 적은 고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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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실업자는 3만3000명이며, 실업률은 4%였다. 남자 실업자는 1만7000명(50.3%), 여자는 1만6000명(49.7%)으로, 남자 실업률은 3.1%, 여자 실업률은 5.6%로 나타났다. 외국인 실업자는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 '친척, 친구, 동료'(33.4%)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고, 그 다음으로 대중매체(24.9%), 민간직업 알선기관(21.9%), 공공직업 알선기관(13.9%) 등의 순으로 구직경로를 활용하였다.

이 결과는 복수응답을 허용한 항목인데다, 비전문취업자의 경우 공공직업 알선기관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놓고 보면, 공공직업 알선기관인 고용센터가 제대로 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수 응답을 하더라도 비전문취업과 방문취업만 놓고 봐도 최소 60%이상의 이용률이 나와야 하는데, 상당한 알선 비용을 받는 민간직업 알선기관보다 덜 떨어진 이용률은 공공기관의 비효율이 얼마나 심각하며, 경쟁력이 없는지를 말해준다. 이는 관계직원들의 업무태만과 무능력을 의미하며, 고용센터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함을 말해준다.

또한 긍정적인 면에서는 이용자 중심의 철저한 서비스 확대, 구직과정의 편리성 보장, 다시 말하면 직업선택의 유연성 강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함을 의미하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평가하자면 공공직업 알선기관은 무용지물로, 비전문취업자의 알선을 고용센터가 독점하게 하는 구조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이번 통계청 외국인 고용조사 결과는 고용노동부를 심하게 질책하고 있는 셈이다.

체류자격별 외국인 취업자수는 외국국적 동포가 국내에 방문 또는 취업을 하고자 할 때 발급받는 체류자격인 방문취업(H-2)자가 24만1000명, 일반 외국인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 업체에 취업할 경우 발급받는 체류자격인 비전문취업(E-9)자가 23만800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외에 재외동포(9만9000명), 결혼이민(6만 명), 전문인력(4만7000명), 영주(4만7000명) 순으로 많았다.

국적별 취업자수는 한국계중국인(35만7000명), 베트남(8만2000명), 한국계를 제외한 중국(5만6000명) 순으로 많았고, 그 외에 미국과 캐나다가 4만6000명, 인도네시아가 3만1000명 순이었다. 이들 외국인 취업자 중 51만4000명(65%)이 수도권에, 27만7000명(35%)이 비수도권에 취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기, 인천에 31만1000명, 서울에 20만4000명, 부산, 울산, 경남에 10만 명, 대전, 충남, 충북에 7만 명 순으로 취업하고 있다.

연령계층별 취업자수는 20대(22만7000명), 30대(21만8000명), 40대(17만9000명), 50대(13만1000명) 순으로 20대에서 50대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임금 과다노동... 이주노동자도 가족이 있습니다

▲ 이주노동자 겨울나기 바자 겨울나기 바자를 둘러보는 이주노동자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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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취업자 중 제조업 종사자는 36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도소매 및 숙박, 음식점업은 14만9000명, 사업, 개인, 공공서비스업 13만6000명, 건설업 8만5000명 순으로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취업자의 열 명 중 네 명은 공장에서 기계조작이나 조립종사자(33만 명)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는데, 외국인 취업자들은 절반 이상인 46만7000명이 상용근로자로, 29만2000명이 임시, 일용근로자로 일하고 있고, 3만3000명이 비임금 근로자였다.

이들이 일하는 사업체의 종사자 규모는 10~29인(21만3000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그 다음으로는 4인 이하가 16만3000명이었고, 9인 이하는 15만 명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상당수 이주노동자들이 근무 조건이 열악한 영세제조업에서 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들의 급여 수준을 살펴보면 얼마나 열악한지 더욱 분명해진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40~50시간(29만 명, 36.6%), 60시간 이상(26만5000명, 33.4%), 50~60시간 미만(15만1000명, 19.1%) 순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국내 취업 외국인의 절반(41만6000명, 52.5%) 이상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을 한다는 의미요, 셋 중에 한 명은 주 60시간 이상 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주당 근로시간은 연장근로를 합쳐도 최대 52시간(기본 40시간)을 넘길 수 없게 돼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취업자들은 저임금 구조 속에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과도한 노동시간에 비해 임금 수준은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 이하였다. 월별 임금 수준이 100만~200만 원 미만이 51만9000명(68.4%)으로 가장 많았고, 200만~300만 원 미만은 14만3000명, 100만 원 미만은 5만2000명(6.8%)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상주 15세 이상 외국인 111만4000명 중에 가족으로 구성된 외국인 수가 56만9000명으로 51%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75%가 월 200만 원 이하의 임금 노동자라는 것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들의 현실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보여준다.

즉 이번 통계는 외국인 취업자들이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고, 부당한 노동력 착취에 무방비로 노출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들의 열악한 취업 환경 개선의 시급성에 대한 당위성을 말하고 있다.

또한 가족으로 구성된 외국인 수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1%라는 사실은 외국인력정책의 기본 전제가 바뀌어야 하고, 방향이 바뀌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인력 정책이 단기순환 정책을 고수하면서, 이주노동자는 가족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놓고 운영하고 있는데, '이주노동자도 가족이 있다' 혹은 '이주노동자도 대한민국에서 가족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가계별 최저생계비 개념이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체류기한 만료에도 84%는 '코리안 드림' 여전

▲ 이주노동자와 가족 이주노동자도 가족이 있음을 알리는 캠페인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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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취업자들은 비자 체류기간 만료일 후에도 84.2%가 계속 체류를 희망하였다. 희망하는 방법은 체류기간연장(59.2%), 영주자격 취득(20.1%), 한국국적 취득(13.25), 체류자격 변경(7%) 순이었다.

이주노동을 목적으로 입국한 이들 외에도 취업 활동을 한 집단은 유학생이었다. 원칙적으로 유학생 체류자격은 취업이 제한되어 있으나, 취업신고 신청을 통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취업을 할 수 있다. 주중의 경우 학부생은 20시간, 석·박사 연구생은 30시간이며, 주말 및 방학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지난 1년간 취업 경험이 있었던 유학생은 29.7%에 달했고, 이들 중 졸업 후에도 한국에 체류하기를 원하는 경우는 47.2%였다. 이들은 잠재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전문인력으로 일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집단으로, 해외 우수인력이 한국에서 취업하고 정착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외국 인력이라고 하면 이주노동자만을 생각해 왔다. 하지만 '2012 외국인고용조사' 결과는 이제는 유학생과 결혼이주민까지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열에 아홉이요, 전체 취업자의 열에 일곱은 월 급여가 200만 원이 안 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는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한편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84.2%의 외국인 취업자가 체류 연장을 희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논리만 놓고 대입하면 저임금 노동자는 계속 저임금 구조 속에 갇히게 된다. 이는 국내 고용 시장의 질적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내국인 노동자에게도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숙련된 외국 인력 유치를 통해 고용의 질을 높여야 하지만, 전문인력이 4만8000명에 불과하다는 점은 우리사회의 고급 두뇌 유치 전략이 부재하거나, 유인 기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주노동자는 많은 중소영세기업 고용안정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저임금 단순노무직에 의존하는 현 구조를 고수하다보면, 생산성이나 기술 경쟁력 제고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넓어진 이주노동자의 폭은 외국인력 정책에 대한 좀 더 폭넓은 논의와 철학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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