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촉구



【수원=뉴시스】김도란 기자 = "우리가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학대하고 착취하는 것은 아무리 참으려고 노력해도 참기가 힘듭니다. 우린 갇힌 채 마치 동물처럼 다뤄지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타이소쳇(23·여)씨는 16일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2012 세계이주민의날 페스티벌'에서 무대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예전에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올 때 고용센터에서 회사들의 목록을 제공받았지만, 지금은 회사들에게 우리의 명단을 주고 고르게 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안전한 사업장에서 일할 권리도 빼앗겼다. 정해진 회사가 너무 힘들어 옮기면 무등록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며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했다.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이틀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 경기 남부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1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몰렸다. 

이주노동자들은 현재 한국 이주노동자 정책의 문제점과 일을 하면서 느끼는 부당함 등을 토로하며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 실시하라"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고용허가제'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내부 지침의 하나로, 이주노동자들에게 구인업체 명단을 주지 않고 사업주에게만 이주노동자의 명단을 주도록 한 지침이다. 

지침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은 구직을 위해서는 사업주의 연락을 기다려야만 하고, 일하기로 계약한 사업장을 무단으로 이탈할 경우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없으며 미등록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가 되게 된다.

행사에 참여한 존스 칼람(47·필리핀)씨는 "작은 핸드폰부터 울산 앞바다에 떠 있는 배까지 현재 한국에서 쓰는 물건 중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물건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인금체불, 인격무시 등의 고통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UN이주노동자 협약 비준을 정부에 요구했다.

UN은 1990년 12월18일 제45회 총회에서 당사국이 영토 내에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평등권, 노동권, 인권을 존중하도록 하는 내용의 '모든 이주노동자 및 그 가족에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했다. 대한민국은 아직 이 협약에 비준하지 않았다.

doran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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