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7년…이주노동자 ‘고된 삶’ 여전
등록 : 20110814 20:42

10개국 출신 931명 설문
하루 평균 12시간 노동
회사 58% 근로계약 위반
욕설·성희롱…인권침해도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ㅈ씨는 2009년 7월에 입국했다. 일자리를 얻은 곳은 경기도 화성시의 한 제조업체였다. 회사는 그에게 점심식사를 주지 않았다. 그가 입국전 이 회사와 맺은 계약서엔 분명 ‘중식제공’이라고 적혀 있었다. 근로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한 그는 사쪽의 계약 연장 요구를 거부했다. 회사는 그를 ‘해고’했다. 고용계약 기간(1년) 만료를 불과 닷새 앞둔 시점이었다.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오는 17일은 2004년 8월17일에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7년째를 맞는 날이다. 올해와 내년에만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 10만여명이 시한 만료로 출국해야 한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는 10개국에서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전국 이주노동자 931명의 실태를 5월 한 달 동안 조사한 뒤 그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이 결과를 보면, 회사 쪽이 이주노동자와의 근로계약을 위반한 사례가 58.3%나 됐다. 노동권 보장의 첫 출발점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근로계약 위반 가운데 노동시간 위반이 25.3%로 가장 많았고, 월급·휴게시간·휴일 규정 위반이 23.3%, 식사제공·작업내용·기숙사제공 계약 위반이 각각 18.3%·16.1%·13%였다. 욕설(78%)과 문화차별(43.9%), 성희롱(13.5%) 등 이주노동자들이 느끼는 인권침해도 여전했다.

근로계약 위반과 인권침해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이들의 사업장 이동이 3~5차례로 제한돼 있는데다, 사업주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어 고용허가제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이번 조사에선 이주노동자의 61.6%가 사업장 이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힘들어서’가 28.4%였고, ‘정당한 수당이 지급되지 않아서’가 22.3%였다. 비인간적인 대우와 임금체불도 각각 12.9%와 10.3%를 기록했다.

국내 이주노동자의 일일 평균 노동시간은 12시간에 달했다. 이 단체의 2009년 조사결과보다 1시간이 늘었다. 10~14시간 일한다고 답한 노동자가 전체의 47.3%, 8~10시간 노동한다는 답변이 43.7%였다. 외노협은 “장기근속과 상관없이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부족한 급여를 보충하려고 강도 높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재해를 입었을 때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한 경우도 47.5%(전액 30.7%+회사와 공동부담 16.8%)나 됐다.

이영 외노협 사무처장은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 현실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시킨 만큼 제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470 온수도 안 나오는 비닐하우스가 한달에 40만원 기숙사?
이주후원회
3190   2018-02-23 2018-02-23 17:27
온수도 안 나오는 비닐하우스가 한달에 40만원 기숙사?외국인노동자 숙소 난방시설 안된 곳 많아…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해 난방시설 명문화 해야18.02.20 15:49l최종 업데이트 18.02.20 15:55l 충북인뉴스 김남균(043cbinews) 크게...  
469 중국교포의 울분 "나 보고 바이러스라고..."
이주후원회
3188   2020-03-10 2020-03-10 16:58
중국교포의 울분 "나 보고 바이러스라고..."코로나19가 드러낸 인격... 요즘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혹독하다20.03.09 07:42l최종 업데이트 20.03.09 08:56l 고기복(princeko) 크게l 작게l 인쇄l URL줄이기 스크랩 16 본문듣기 원고료...  
468 공항 난민 루렌도 가족, 287일 만에 입국
이주후원회
3187   2019-10-31 2019-11-30 16:18
공항 난민 루렌도 가족, 287일 만에 입국 인천·안산/김영화 기자 호수 632 승인 2019.10.30 11:14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URL복사 기사공유하기 글씨키우기 287일 동안 인천공항에서 생활했던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 ...  
467 향수 달래며 코리안드림 일구는 네팔인들의 ‘희망 쉼터’
이주후원회
3186   2017-04-27 2017-04-27 22:51
향수 달래며 코리안드림 일구는 네팔인들의 ‘희망 쉼터’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글자 크게 입력 : 2017.04.26 21:24:00 수정 : 2017.04.26 21:31:59 ㆍ청주에 노동자 30여명 거주 ㆍ자발적으로 기금 모아 운영 ㆍ...  
466 서울사는 외국인들 "한국인, 외국인에 대한 포용 부족"
이주후원회
3184   2017-06-16 2017-06-16 19:08
서울사는 외국인들 "한국인, 외국인에 대한 포용 부족"박대로 기자 | daero@newsis.com 작게 크게 등록 2017-06-10 08:00:00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중 한국인의 폐쇄성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  
465 임금체불에 폭언 시달려도..."돈벌고 싶어요"
이주후원회
3179   2019-03-28 2019-12-01 22:27
임금체불에 폭언 시달려도..."돈벌고 싶어요"입력 2019.03.27 (20:37)수정 2019.03.27 (23:29)뉴스9(목포) 0 0 가 키보드 컨트롤 안내 [앵커멘트] kbs 목포방송국이 마련한 외국인 노동자 기획보도. 오늘도 집중적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464 전쟁이 나자 지구에서 두 발이 떨어져버렸다
이주후원회
3179   2018-08-08 2018-08-08 16:09
전쟁이 나자 지구에서 두 발이 떨어져버렸다김재훈 예멘에 내전이 발발했다. 전쟁이 나기 전엔 몰랐다. 지구가 이렇게 발붙이기 어려운 행성인지를. 자국민을 죽이는 데 동원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자 지구로부터 발이 떨...  
463 돈이 삼켜버린 한국, 그 속을 헤매는 연극 ‘연변엄마’
이주후원회
3179   2016-12-14 2016-12-14 20:11
돈이 삼켜버린 한국, 그 속을 헤매는 연극 ‘연변엄마’ 기사입력: 2016/12/06 [11:09] ⓒ 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연극 ‘연변엄마’ 포스터(이미지제공=극단 달나라동백꽃) 연극 ‘뺑뺑뺑’ ‘달나라 연속극’ ‘아이엠파인투’ ...  
462 "한국 배 타면 못내려요"… 코로나로 발 묶인 외국선원들
이주후원회
3175   2020-07-24 2020-07-24 18:35
"한국 배 타면 못내려요"… 코로나로 발 묶인 외국선원들 기사입력2020.07.21. 오후 5:41 최종수정2020.07.21. 오후 9:21 SNS 보내기 기간 채워도 선원 교대 제대로 안돼 1년 넘게 선상근무 선원 다수 발생 피해 우려에 하소연...  
461 부산 한 공장 숙소서 불…잠자던 베트남 노동자 숨져
이주후원회
3174   2017-12-15 2017-12-15 13:01
부산 한 공장 숙소서 불…잠자던 베트남 노동자 숨져송고시간 | 2017/12/15 05:45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더보기 인쇄 확대 축소 연기 치솟는 컨테이너 숙소(부산=연합뉴스) 15일 부산의 한 공업사 외국인 근로자 숙소에서 불이 ...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