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의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중앙동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현행 단속 방식의 중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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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과정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둘러싸고 이주민 인권단체들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2일 밤 9시 10분 경, 부산 기장군의 한 제조업체 일하던 인도네시아인 노동자 S(33)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을 피해 달아났다.

그로부터 약 1시간 뒤 S씨는 공장 뒤편 8m 높이의 옹벽 아래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이주민 인권단체는 S씨가 단속을 피해 창문 밖으로 몸을 피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S씨는 의식불명상태로 치료를 받다 지난 18일 오전 8시 30분께 부산 남산동 침례병원에서 사망했다.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S씨의 사망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무리한 단속에 따른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경남지역 공동대책위원회는 20일 오전 중앙동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의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중앙동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현행 단속 방식의 중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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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출입국관리소 측이 야간 시간대에 단속을 함에도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2명이나 되는 단속반원 중 해당 옹벽 쪽의 안전 확보 조치를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며 "갑작스런 단속으로 궁지에 몰린 S씨가 옹벽으로 추락하도록 방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들은 "만약 단속반이 단속 후 현장 주변 점검을 통해 사고여부를 확인하고 피해자를 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면 S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인권을 무시하고 실적만 채우려는 단속행태가 S씨를 사망에 이르도록 한 것이며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는 S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참가 단체들은 ▲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사과 및 배상 ▲ 단속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이주노동자의 치료와 안정적 체류자격 부여 ▲ 살인적 현행 단속 즉각 중단 및 반인권적 출입국관리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부산출입국관리소에 전달했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의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중앙동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현행 단속 방식의 중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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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판에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S씨의 사망은 유감이지만 적법한 법집행 중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단속을 담당한 임병수 과장은 "사고 현장을 포함한 모든 현장에는 위험요소가 있고, 특히 당시 현장은 불법체류근로자가 야간에만 공장에서 근무한다는 민원 제보가 있었기 때문에 야간 단속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또 임 과장은 "세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갈수록 법집행을 무시하고 반격하거나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며 "불법체류자 입장에서는 도망가거나 저항하다 단속 공무원에게 상해를 입혀도 강제 퇴거 이상의 가중 처벌이 없기 때문에 공권력 경시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출입국관리소측과 면담을 마친 김그루 (사)이주민과함께 상담실장은 "국가인권위 진정을 비롯해 유가족이 입국하는 대로 장례 문제 등에 대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국가배상 소송이나 민사소송을 통해서라도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책임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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