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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내 친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 섹알마문

등록 :2018-01-24 18:05수정 :2018-01-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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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알라이쿰, 잘못된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닐까요? 2007년 즈음 내가 직접 만난 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ㅅ씨의 이야기입니다.

2012년 내가 공장을 그만둘 때 그 친구도 나와 함께 공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나는 공장을 그만두고 사업주에게 퇴직금을 받았지만 그 친구는 퇴직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나는 옆에서 돈을 같이 받아야 한다고 몇 번을 설득했지만 ㅅ씨는 사업주에게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2013년 한 방글라데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ㅅ이라는 친구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공장 2층에서 추락해 두 다리를 크게 다쳤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 이후 서울에 있는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짐을 싸서 ㅅ씨를 만나러 병원에 갔습니다. ㅅ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단속을 나온 이유가 ㅅ씨가 방글라데시 테러리스트 조직과 관련이 있는 활동가 중 한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테러 관련으로 무슬림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한다는 이야기를 기사나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주노동자들이 테러 조직과 관련이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100% 확신이 없어서 한명의 이주활동가이자 무슬림 이주노동자로서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ㅅ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같이 일한 시간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ㅅ씨가 테러리스트라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확신했습니다. ㅅ씨 단속 과정에서 생긴 부상에 대해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대표인 고지운 변호사님에게 상담을 의뢰했습니다.

ㅅ씨가 테러리스트가 아니고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억지로 단속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쳐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송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는 “ㅅ씨는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단속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ㅅ씨가 단속 과정에서 입은 부상에 대해 출입국사무소를 대상으로 산재신청을 했는데 처음에는 불승인됐습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승소했고 근로복지공단에서 ㅅ씨에 대한 산재도 인정이 되었습니다.

ㅅ씨가 내 친구였기 때문에 내가 직접 나서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국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단속 과정에서 다치고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무조건 강제출국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대부분입니다. ㅅ씨도 3년 동안 재판을 하면서 결국은 잘 해결됐지만 가족들이 매우 힘들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ㅅ씨는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출입국사무소의 잘못으로 다친 게 사실인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나요? 내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게 아닌가요? 이렇게 다쳐서 두 다리로 걷지 못하는 건 누구의 잘못인가요? 단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29225.html#csidx226d7b0ec98b53bb832432da9ee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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