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외국인 근로자 신청 전쟁… 노숙하는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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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8.07 21:43

    일요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의정부시 가능동 고용지원센터 앞 인도에는 10여명이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인 8월 1일부터 접수받는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하기 위해 미리 줄을 서 있는 것이죠. 이곳을 찾은 포천의 한일산업 이대섭 사장(61)은 "처음에는 노숙자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나 같은 중소기업 사장들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1일 오전 5시에 이곳을 다시 찾은 이 사장은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른 새벽인데도 이미 250여명이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죠. 이날 이곳에서 외국인 근로자 신청을 할 수 있는 번호표를 받은 사람은 100명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이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 신청을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지난 1일 전국적으로 3000명이 배정된 외국인 근로자 신청 접수가 3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전국의 많은 중소업체 사장이 이 사장처럼 이날 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가 허탕을 쳤습니다. 올해 외국인 근로자 수요는 하반기로 갈수록 급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1만7000명이 배정된 1월에는 20일 만에(하루 평균 850명 신청), 1만1000명이 배정된 4월에는 8일 만에(하루 평균 1375명), 7000명이 배정된 6월에는 5일 만에(하루 평균 1400명) 접수가 끝났는데 8월에는 불과 3시간 만에 3000명에 대한 신청접수가 마감된 것이죠.

    중소기업중앙회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력 쿼터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류재범 중기중앙회 외국인력팀장은 "국내 경기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중소제조업체의 인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외국 인력 쿼터는 4만명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쿼터(6만800명)의 66%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내국인 취업난 완화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쿼터 축소가 내국인 취업난 해소에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적어도 중소기업 사장들이 근로자 채용을 위해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일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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