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안 주고 세끼 중 한끼만…” ‘세계 이주민의 날’ 터져나온 목소리
김향미·곽희양·이종희 기자 sokhm@kyunghyang.com

 

 

 

“이주노동자도 산업재해 입었을 때 그 기간에 월급과 치료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한 권리예요.” 네팔에서 온 라즈(25)는 지난 10월12일부터 열흘간 기관지염으로 입원했는데 그 기간 임금을 못 받았다. 태국에서 온 오다이(28)는 4년 전 한국에 왔다. 그는 “지난해 태국에서 온지 3개월 된 한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에서 월급도 못받고, 하루 세끼 중 점심만 제공받고 일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14년차인 원옥금씨(37)는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또 언어와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능력에 상관없이 차별을 받는 경우가 아주 많다”며 “또한 이주여성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낮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이주민의 날’인 18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광장에서 이주노동자 300여명이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겠다”며 한 자리에 모였다.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이주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수도권 및 지역 이주민들은 서로의 고충을 토로했다. 행사장 한쪽에는 태국, 캄보디아 등 현지 음식 노점이 열렸고, 의료진료·노동상담 부스도 마련됐다.
 
미셸 카투이라 이주노조위원장(39)는 “21번째 이주민의 날인데도 (한국에선) 아직 권리협약 비준 안 됐다. 오늘 이 자리에서 비준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 12월 18일 유엔은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채택, 세계 43개국이 이 협약을 비준했으나 한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주노조 서울지부장 우다야 라이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은 선진국에 다가가고 있으니 인권·노동권 보호받는다고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막상 오면 많이 실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도 사업장 이동을 할 수 없고, 무리한 단속과정에서 이주노동자 사망사건도 발생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은 노예가 아니며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4시쯤 청계천 방향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이주노조 탄압 즉시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인 뒤 자진해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외국인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확대하는 등 외국인노동자 인권증진을 위해 고용허가제 정책개선을 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회가 외국인노동자들의 고용환경 개선을 위한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는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 변경 사유 및 횟수 제한으로 부당한 근로환경 하에서도 근로를 지속할 수밖에 없거나 미등록자로 근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여러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퇴직금과 임금 체불문제가 발생하는 등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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