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 기획 다름은 문화다·9]고용허가제 속 이주노동자 여전히 이방인

한국사회 지탱하는 '경제의 한축'
'구성원 흡수' 제도개선 노력 미흡

김성호 기자

발행일 2016-12-08 제19면
글자크기

취업 가능 '합법적 경로' 마련 
되레 기본권 외면한채 '방치' 
사업장 변경 원칙적으로 금지 
일자리 선택할 권리마저 없어 
퇴직금도 본국으로 가야 수령 
주거권 가이드라인 없어 열악
 

2016120701000447200020551
일손이 부족한 제조업 현장이나 농어촌 마을 곳곳에서 일하는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은 이제 한국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작은 생필품부터 매일 식탁에 오르는 농·축·수산물까지 모든 이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이주노동자들의 손을 거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요 주체임에도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보듬으려는 제도적 노력은 부족하기만 하다.

한국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 고용허가제)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입국해 취업할 수 있는 '합법적' 경로를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에는 차별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고자 만든 이 법이 오히려 이들의 기본권을 외면하며 한국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이방인으로 머물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법은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여 처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한 문장이 전부일 뿐 그에 따른 처벌 조항도 없다.

오히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다른 차별적인 내용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주노동자의 직장 선택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이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그들에게는 일자리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옮길 수 없게 만든 조항 때문에 사실상 강제 노동을 강요 당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들이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경우는 직장이 휴·폐업하거나 고용주가 근로조건을 위반했을 경우, 폭언이나 차별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로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근로조건 위반이나 부당대우 등의 이유로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이주노동자 스스로 그 것을 입증해야 해 사실상 보호받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직장을 그만 두거나 직장이 없어지면 마땅히 받아야 할 퇴직금을 받는 일도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은 '출국만기보험'이라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퇴직금을 받으려면 한국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수령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이 휴·폐업 상태가 돼 구직기간 생활비가 필요하더라도 퇴직금 수령을 위해서는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빚어진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주거권도 여의치 않다. 이 법에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주가 제공하는 주거시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다 보니 열악한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 살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일쑤다.

이주노동자와 난민의 권리 찾기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인 한국이주인권센터의 박정형 상담팀장은 "고용허가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제도는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의 입장과 관점에서 만들어진 제도로 노동자가 중심인 '노동허가제'의 관점에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