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다투던 외국인노동자 강제추방 당할 신세

임금 체불 지속 증가…생존 위협받는 일용직(CG)

창원고용지청에 업주 고소…업체 "숙소 월세·전기세 공제"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스리랑카 외국인노동자의 강제출국 경위를 두고 이주민인권센터와 사업주가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인권센터는 '을'의 입장인 외국인노동자에게 사업주가 임금체불을 하고 협박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주장한다.

사업주는 임금체불이 아닌 정당한 임금 공제였으며 인권센터가 외국인노동자 말만 듣고 억지 주장을 한다고 반박한다.

김해이주민인권센터는 최근 체불임금을 지급받기 위해 고용노동부를 방문한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인디카(36)씨가 사업주 신고 때문에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신병이 인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인권센터에 따르면 경남 함안의 한 포장업체에서 일하던 인디카 씨는 7월 한 달치 임금 중 97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업체대표 A 씨를 고용부 창원지청에 고소했다.

그는 올 3월부터 7월까지 A 씨의 포장업체에서 월 186만원을 받고 일했다.

이후 그는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고용부 창원지청에 임금체불 사건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A 씨는 월급 186만원 중 인디카 씨가 한 달치 숙소 월세와 5개월치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비용을 제한 나머지 금액 89만원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창원지청은 월세 등 각종 비용은 사업주가 민사 소송을 통해 따로 받아야 하는 비용으로 한 달치 월급 전액을 인디카 씨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문제는 그 다음 불거졌다.

창원지청을 나오던 A 씨는 현관에서 고성을 지르며 인디카 씨와 동행한 인권센터 관계자에게 "불법체류자 신분인 사람이 사라지면 소송도 못 한다. 보증을 서든지 이 사람을 출입국관리소로 넘겨 구금하라"고 요구했다.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입국한 인디카 씨는 사업주 동의 없이 마음대로 직장을 옮기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다.

당시 그는 A 씨 동의 없이 직장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A 씨와 실랑이를 벌이던 인권센터 관계자는 A 씨를 뿌리치고 인디카 씨와 함께 차량에 탑승했다.

그러자 A 씨는 출입국관리소에 '불법체류자가 있다'고 신고했다. 이에 인권센터 측은 '차가 지나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남자가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상황을 정리한 뒤 현장에 나온 출입국관리소 관계자에게 인디카 씨 신병을 인계했다.

이 과정에서 인권센터 측은 창원지청 근로감독관이 A 씨의 소란을 저지하지 않고 방관했으며 경찰도 '사업주가 피해 외노자를 억류한다'는 호소를 무시하고 A 씨의 말만 들었다며 양 기관을 비난했다.

또 창원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A 씨가 인디카 씨를 향해 폭언을 퍼붓고 협박을 했음에도 이를 저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 기관은 인권센터 측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창원지청 관계자는 "조사 당시 A 씨가 인디카 씨를 향해 언성을 높이며 '야, 야'라고 하기에 이를 저지했으며 협박을 한 적은 없다"며 "밖에서 두 사람이 다툴 때에도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고 A 씨를 말렸다"고 해명했다.

경찰도 "출입국관리소 관계자가 현장에 왔기에 인디카 씨의 신병을 인도했으며 인권센터 측에도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연락처까지 다 넘겨줬다"며 "법적으로 불법체류자 신분인 인디카 씨를 우리가 보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왜 경찰이 잘못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너무 화가 나 당시 언성이 좀 높아진 점은 인정하지만 불법체류자는 그냥 사라지면 찾기가 힘들어 소송을 하기 힘들기에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며 "나도 돈 많은 사람이고 직원 월급 한 번 미룬 적 없지만 인디카 씨 행동이 너무 괘씸해 그냥 넘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센터 측은 창원지청과 경찰에 항의방문을 할 방침이다.

인디카 씨 신병을 관리하고 있는 창원출입국관리소는 조만간 그를 강제추방할 계획이다.

b94051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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