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혐오단체 등장 ‘한국판 KKK’ 나오나
곽희양·김한솔 기자 huiyang@kyunghyang.com
 

 

ㆍ수원 ‘오원춘 사건’ 계기로 노골적 적대감 확산

해외에서는 외국인이나 유색인종을 상대로 한 ‘스킨헤드’나 ‘KKK단’ 등의 무차별적인 폭력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한국에서도 일부 외국인들에게 적대감을 표시하는 단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상에서뿐 아니라 최근에는 외부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외국인범죄척결연대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수원 살인사건의 주범 오원춘씨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내 범죄 확산은 무분별한 외국인 유입과 관련이 있다”며 “외국인 출입국에 대한 감독과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 조동환 대표(62)는 “정부가 다문화정책 예산은 늘리면서 저소득층 내국인 지원 예산은 줄이는 외국인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2010년 7월 만들어진 이 단체는 인터넷 카페 회원수가 710명이다. 외국인 혐오증이 아직은 한국에서 제한적이긴 하지만 점점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도 이 같은 단체 중 하나다. 시민연대는 “불법체류자로 인해 국내 3D 업종의 노동력이 과잉공급돼 임금이 하향 평준화됐다”면서 “국내 취약계층의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지난 5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버마민족민주동맹 소속 인사들의 귀국을 요청하는 민원서를 제출했다. 이 단체 박완석 대표(33)는 “버마민족민주동맹 소속 인사들이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며 “난민제도를 이용해 국내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3년 구성된 이 단체는 현재 6000명의 온라인 회원을 두고 있다. 인터넷 카페 회원수 1900명인 다문화반대범국민실천연대나 180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불법체류자추방운동본부도 비슷한 유형이다.

인터넷상에는 이주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011년 8월에 개설된 인터넷 사이트 ‘아리랑시대’와 2010년 2월에 만들어진 해외 네티즌 반응 커뮤니티 ‘가생이닷컴’에는 ‘결핵 등 후진국 질병이 국내에 급증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 유입에 있다’는 주장이 올라와 있다. ‘다문화가정 출신 인사들을 대학 입학과 기업 채용에서 늘리고 있어 내국인이 피해를 본다’는 글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외국인·이민자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외국인 이민자가 증가하면 외국과 같이 외국인 이민자들의 소요사태나 데모 등이 발생할 것이다”에 64%(전적 동의 7.5%)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과 이민자가 증가하면 한국인은 일자리를 얻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50.3%(전적 동의 10.7%)가 ‘그렇다’고 밝혔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법체류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범죄를 키운다는 감성적인 주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경각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로 발전할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사회적 불만을 사회적 약자인 이주노동자를 희생양 삼아 해소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민족·순혈주의적 사고방식은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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