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하고 참고' 외국인 근로자 3苦

2012-06-28 09:54 | 부산CBS 박중석 기자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로환경과 부당한 대우를 당한 업체에서 벗어나 다른 일터로 가고 싶어도 까다로운 규정으로 인해 발을 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브로커를 통한 사업장 이동의 폐해를 막겠다며 오히려 이들의 이동제한을 강화하고 있어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9년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와 부산의 모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인 A(37)씨.

제대로 된 안전장비 없는 위험천만한 작업장 환경과 매일 같이 이어지는 야간근무에도 고향에 있는 가족을 위해 참고 견뎠다.

하지만 한국인 직원과의 사소한 다툼을 벌이 던 중 벌어진 업체 간부의 일방적 폭행은 A씨의 인권을 무차별로 짓밟아 버렸다.

A씨는 "너무 무거운 자제가 있어 한국인 동료에게 도와달라고 했다가 시비가 붙었다"며 "회사 차장이 달려와서 나만 마구 때렸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을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쯤으로 여기는 업체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길 원했지만 부족한 정보와 서툰 한국말로 인해 끔찍한 기억이 서려 있는 일터로 다시 돌아가야했다.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근로조건 등에 시달리고있지만 사업장 변경의 문은 좁기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업장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해지와, 휴폐업, 인권침해 근로조건 위반 등의 정해진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근로조건 위반이나 인권침해 등 고용자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경우, 사업장 변경 사유를 외국인 근로자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 김그루 상담실장은 "본인 회사의 고용조건이 불합리하다거나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것을 스스로 고용노동청에 신고해 사업장 변경을 이끌어 내야한다"며 "부족한 정보와 언어로 그것을 하기가 힘든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만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기존에 일터에서 계속 일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신고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뤄진 6만 4천여건의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 중 고용주의 근로조건 위반으로 인한 변경은 0.09%인 62건에 불과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이달 초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업장 변경과정에서 발생하는 브로커 개입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한번 사업장을 옮긴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천 봉쇄하는 등 사업장 변경 조건을 더욱 강화해 인권 단체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고향을 등지고 타국에 와서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부당한 근로조건 속에서도말 한마디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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