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불법 체류, 그게 아이 잘못인가요?"

[이주 아동에게 '배울 권리'를!] 해외 사례 : 독일

김미선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상임이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4-26 오전 11:14:46

    

1,51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3퍼센트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20세 이하는 450만명이다. 이민자 출신국으로는 터키, 구 소연방에서 온 독일계 동포, 폴란드, 유고슬라비아와 이탈리아 순으로 많다. 2010년 발간된 독일통합 이주재단 전문위원회 제출용 보고서 <미등록(재류자격이 없는) 이주아동들: 불법체류, 합법취학> (Vogel, Aßner. 2010) 에 따르면 독일 내 미등록 이주아동 수는 최소 1천명에서 최대 3만명까지 추정된다.

독일에서 학교교육 입법은 연방주의 권한에 따라 주마다 다른 법을 제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의무교육 연한은 주에 따라 6세에서 15세까지 9년간 혹은 10년간 거주지역에 따라 학교가 정해지며 초등교육은 대부분 지역에서 4년간, 베를린과 브란덴부르그에서는 6년간 이루어진다. 중등교육은 5학년에서 12학년까지 혹은 7학년에서 13학년까지 해당하며 학교유형과 진로방향교육계획에 따라 각각 졸업 증명서와 자격증을 부여한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취학 관련 법제도는 연방주에 따라 다른데 어떤 경우는 명시적으로 미등록 이주아동의 취학을 허락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간접적으로 허가하는가 하면 또 간접적으로 허가하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러나 취학의 명시적 혹은 암시적 허용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미등록 이주아동들이 학교를 다니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재학 중 그들의 신분이 노출, 신고되는 데 대한 두려움이다.

독일의 모든 행정기관은 학교 이사회를 포함해서 미등록 이주민을 이민청에 신고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이민법 제 87조 2항 '거주') 그러나 이러한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방주에서 명시적으로 학교 이사회교사들을 신고의무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2009년 5월 14일 당시 내무장관 Dr. Wolfgang Schäuble은 "부모의 불법 체류가 아동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특히 우리 사회 자체의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18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체류 지위와 상관없이 교육권을 부여하는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독일 주교단 및 시민사회의 질의에 대한 서한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미등록 이주민을 신고할 의무에서 학교를 제외해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연방주의 규정과 함께 이민법 23조 a 에 명시되어 있는 '고충'이 참작되면 체류허가를 받을 수 있다. 외국인의 어려운 생계가 확인되거나 긴급한 인도주의적 혹은 개인적 근거에 의해 독일 내에 계속적인 체류가 필요한 외국인에 대해 지방정부의 고충처리위원회가 청원할 경우 이들의 체류를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들은 강제출국 전에 보호소에 수감되지 않고 여권만 보호소에 압류된다. 다만 미등록 이주민이 직업이나 가족이 없고 거주지가 불분명하여 도주가 우려될 경우 보호소에 억류된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경우에도 대게는 보호소에 수감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최근 들어서야 독일이 아동권리협약의 유보조항들을 철회했기 때문이며 이전에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16세가 되면 성인으로 인정되어 추방될 때까지 보호소에 수감되기도 한다. 때로 서류가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나이를 많게 보는 경향 때문에 추방 전에 보호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는 독일통합 이주재단 전문위원회 제출용 보고서에서 연구대상으로 삼은 세 연방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헤센 주, 함부르크 주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과 충돌하는 체류권 문제 해결 사례들을 살펴본다.

-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학교법 제34조는 (1) "취학 의무를 갖는 자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 거주지를 갖고 있는 자, 상시 체류하는 자 내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 교육을 받거나 근로하는 자이다."[…](6)"출국 조치를 받아야 할 외국인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그들이 출국 의무를 이행하기 전까지는 취학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1)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취학의무에 포함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6)은 심지어 강제퇴거 이전까지 외국인 아동과 청소년이 취학의무를 져야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들 조항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취학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내무장관도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교육부는 이 아동에 관해 '이미 어떤 절차를 밟았으나 관청에 발각되지 아니한 미등록 이주아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교육부는 2008년 3월 27일자 고시를 통해, 거주 신고서와 여권이 외국 학생 취학의 필수서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고시에도 불구하고 만일 학교에 학생들의 체류자격에 관련된 자료남아 있는 경우, 이민청에 전달되지 않도록 하였다. 이같은 교육부 입장에 대해 학교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며 그동안 신분노출과 강제퇴거의 두려움으로 집에 갇혀지내야 했던 아동들이 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규정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학생 수를 증가시켰다는 정황은 없으며 독일 내 학생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임을 놓고 볼 때 이는 통합될 수 있는 이주아동의 수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 헤센 주

헤센 주 교육법상의 취학의무 규정도 거주지를 취학자격 여부 판정의 핵심조건으로 보고 있다. 비 독일어권 학생의 취학을 정하는 행정명령 내에 보충적 집행규정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규정에 미등록 이주아동이 사실상 배제되어있다. 취학자격은 유효한 거주신고와 결부되어 있으며, 정규 체류지위를 갖고 있거나 체류가 용인되는 상태일 것이 전제되어 있다. 여기서 거주는, 좁은 의미에서 합법적이며 등록된 거주이지, 삶의 근거가 위치하는 장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 대해 변호사 Fodor와 Peter가 헤센 주 현행법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아동에게도 취학권이 주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헤센 주 문화부는 이에 대응하여 2007년 행정명령을 내려 신고의무는 이민법 87조 2항에 의해 학교장이 준수해야 하는 의무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2009년 12월 10일 그 행정명령이 변경되면서 취학의 전제조건이 되는 유효한 거주 신고서 제출 규정이 폐지되었다. 이로써 모든 아동은 실질적 거주지가 헤센 주에 있기만 하면 취학권을 갖게 되었다. 결국 이민법을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아동의 취학권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헤센 주에서도 관철된 사례이다.

- 함부르크 주

함부르크 주에서는 취학의무가 주거지와 결부되어 있으므로 미등록 이주아동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함부르크 의회는 아동의 취학의무가 체류 지위와 결부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 즉, 미등록 이주아동이라 하더라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거주 신고가 거주 사실 증명의 유일무이한 방법으로서 요구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등이다.

2006년 도입된 학생 중앙등록제는 이민법의 신고의무와는 별도로 미등록 이주아동의 신분노출을 초래할 수 있었다. 학생 중앙등록제는 관청과 학교들 사이에서 데이터를 비교함으로써 일반 취학의무를 집행 및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데이터를 비교하게 되면, 결국, 누락 학생이나 관청이 파악하고 있지 못한 학생들이 드러날 수 있다. 경찰은 필요하다면 내무부를 통해 학생 명단을 입수할 수 있다. 예컨대, 취학 연령대의 어떤 아동을 체포하거나 통제할 때 이 시스템을 통해 명단 입수가 가능하며 이민청 역시 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미등록 이주아동의 신분노출 위험에 대해 2009년 6월 주 교육 담당위원은 각 학교장들에게 서한을 발송하여,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과 유사하게, 취학권이나 취학의무가 체류지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확인해주었다. 이와 함께, 미등록 이주아동이 반드시 학생 중앙등록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즉, "학생 중앙등록제는 취학의무 관철을 위한 효과적 수단임이 입증되었으며 그 용도로만 이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학생 중앙등록제 등록은 오직 누락된 아동의 경우에만 필수적일 뿐, 취학의무를 현재 실제로 이행하고 있는 아동들에게는 필요하지 않다."

독일에서는 최근 미등록 이주아동들도 취학해야 한다는 합의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연방 차원의 규정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세 연방주의 사례를 통해 취학을 보다 쉽게 해주는 변경 조치들이 가능하다는 점이 파악됐다. 즉, 취학의 전제조건으로서 신분노출의 위험이 있는 거주신고서나 학생 등록에 관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미등록 상태의 이주아동 부모들이 정부당국에 의한 신분노출의 염려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법률 조건은 다른 정치적 우선 순위와의 관계상 또는 예외적인 절차 변경으로 인해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상급 차원에서 법적 효력을 갖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등록 이주아동의 수치를 살펴본 결과 최대 추정치로 따져도 전체 학령기 아동의 0.5% 이하이므로 학교별로도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했다. 따라서 모든 아동을 공교육에 포함시키는 일은 인권 측면에서 필요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재정상으로도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불법사람은 없다' 캠페인.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자녀교육은 심각한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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