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향한 美의 두 모습 ‘묵직한 비판’
영화 ‘이민자’ 리뷰 ','미국인들은 외국계 인물이 자국 내에서 총격 사건을 벌였다고 해서 해당 국가의 국민들을 낮춰 보지 않는다...','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미국인들은 외국계 인물이 자국 내에서 총격 사건을 벌였다고 해서 해당 국가의 국민들을 낮춰 보지 않는다. 자기 나라에 와서 사는 사람이면 외국계라도 자국민이라는 인식이 앞서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은 합중국(合衆國)이다. 이민자들이 이룬 나라이니 다인종이 잘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이런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외부인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서 불법 이민자에게 지나치게 냉혹해졌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크리츠 웨이츠 감독의 영화 ‘이민자’는 그런 시각에 동조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서 미국 땅에 온 제 3세계의 불법 이민자들로부터 노동력은 제공받으면서 그들의 권리는 인정해 주지 않는 미국 사회의 이중적 모습을 영화 속에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웨이츠 감독은 마이클 무어 감독처럼 직설적으로 미국 사회의 이면을 까발리지 않는다. 영화의 원제(‘Better Life’)가 암시하듯 더 좋은 세상에서 자신의 아들이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父情)을 통해 묵직한 비판을 가한다.

극중 주인공은 멕시코에서 로스앤젤레스(LA)로 온 남자 카를로스(데미안 비쉬어). 그는 오직 아들 루이스(호세 줄리안)의 밝은 미래를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지만, 생활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아들 루이스는 청소년기 특유의 반항기로 아버지에게 맞서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다.

카를로스는 여동생이 빌려준 돈으로 트럭을 마련한 후 돈을 벌어서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갈 꿈에 부푼다. 그러나 비슷한 처지의 이민자에게 트럭을 도둑맞고 낙망에 빠진다. 루이스는 그런 아버지를 도와서 트럭을 함께 찾아 나선다. 1940년대에 나온 명작 ‘자전거 도둑’의 21세기판이라고나 할까.

자칫 어두운 분위기로 빠질 수 있는 영화는 가슴 뭉클하거나 통쾌한 장면을 간간이 보여줌으로써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자신의 형편도 어려운 여동생이 오빠에게 돈을 건네는 장면, 카를로스가 트럭을 산 후에 기뻐하는 모습, 카를로스와 루이스가 중고차 가게에서 활극을 벌이며 자신들의 차를 빼 내오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극 중간에 예상했다고 하더라도 그 여운이 길다. ‘황금나침반’ ‘뉴문’ 등 상업 영화를 연출한 바 있는 웨이츠 감독은 극중에서 LA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눈요깃거리를 제공한다.

카를로스 역을 맡은 데미안 비쉬어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멕시코 최고 배우라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목울대가 자꾸 뜨거워진다.

자식이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단 한 가지 바람으로 삶의 가혹함을 기꺼이 견뎌낸 한국의 아버지들이 절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12일 개봉. (문화일보 2012.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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