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살고 싶다" ··· 이주노동자 노동절 맞이 집회

 
구호 외치는 외국인 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2012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조현정 기자= 5월1일 세계 노동절을 앞두고 한국 사회에서 인간다운 대우와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이 29일 '2012 이주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어 노동권 쟁취와 인권 실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자·이주노동자 관련단체,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이주노동자운동추진회, 필리핀·인도네시아 공동체 등 소속 회원 300명(경찰추산)이 참가했다.


집회는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등이 공동 주최했다.  

 

집회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가 기계를 만진다고 우리를 기계로 보면 안된다"며 "선배들의 투쟁이 있었지만 여전히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특히 이주노동자에게 전세계 노동자의 생일인 노동절마저 휴일이 보장되지 않고 이렇게 오늘 집회를 여는 자체가 우리가 앞으로 싸워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사실상 이주노동자들을 혐오하고 탄압하는 도구로 만들고 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고용허가제 때문에 사업자들에게 무한한 해고자유를 주고 노동자들의 최소 인권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잘못된 이주노동자 관련정책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고기복 외노협 공동대표는 "정부는 고용노동제가 잘 실행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눈감고 있는 정부가 과연 고용노동제를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며 "보수세력과 자본가 집단이나 선거를 위해 이주노동자를 이용하는 진보세력도 모두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노동자도 사람이고 노동자는 하나다"라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하루빨리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정명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나의 노동이 소중하고 나의 인권이 귀중하면 다른 사람의 인권도 마찬가지"라며 "금속노조는 업무 특성상 현장에서 많은 이주노동자와 일하고 있어 이들을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고용과 임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다야 이주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일해야 하고 현실은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해 고통의 연속"이라며 "자본가와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최소한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한다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이주노조 설립에 대한 소송은 대법원에서 5년째 계류 중이다.

 

1심에서 이주노조 측이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불법체류 외국인이더라도 근로자라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불복한 노동부가 2007년 2월 대법원에 상고한 뒤 5년 동안 대법원 판결은 내려지지 않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집회 내내 집회장소 한켠에서 네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서명 캠페인을 진행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네팔 각 정당에 이주노동자를 착취와 강제노동으로부터 보호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날 받은 서명을 국제앰네스티 네팔지부를 통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집회 전 1시께부터는 노동상담, 벼룩시장,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비준 캠페인, 손도장 찍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고 인도네시아 공동체 소속 워커스밴드 공연이 진행됐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보신각부터 종로2가를 거쳐 명동성당 입구까지 행진한 뒤 3시40분께 자진해산했다.

 

cho04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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