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포 급감… "일당 2배 줘도 못 구해"

 

충남 부여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김기수(56)씨는 지난해 말부터 일손이 부족해 날마다 한숨이다. 함께 일했던 중국동포 부부가 비자 만료로 한국을 떠나게 됐지만 농촌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막상 새 인력을 구해도 이미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뛴 상태다. 그는 "그동안 숙식을 제공하고 210만원이면 두 명은 충분히 썼는데 이제 250만원을 줘도 오지 않는다"며 "알 낳는 암탉만 1만8,000마린데 어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국동포를 주로 고용해온 식당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청계산 자락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유현선(47)씨는 중국동포 직원 4명이 그만 둔 후 가족을 동원해 일손을 메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는 "지금 국내 식당들은 조선족이 없으면 돌아갈 수 없다"며 "이대로라면 국내 식당 절반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중국동포 인력난으로 저마다 아우성이다. 방문취업비자(H-2)로 국내 취업 중인 중국동포 노동자의 체류 기간이 지난 1월부터 만료돼 중국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3월 도입된 방문취업제는 급증한 불법체류 노동자를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중국과 구소련 지역 등 6개국 동포가 단순노무 분야(36개 업종)에서 최장 4년10개월 간 취업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 올해 이 제도에 따라 비자기간 만료로 떠나는 이는 7만2,000여명.

반면 올해 이 제도로 입국하는 사람은 상반기 1만2,000명, 7월 이후 4만 명으로 예정돼 있어 올해만 최소 2만명의 인력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더욱이 H-2비자를 받은 이들이 주로 취업하는 분야가 식당 종업원, 축산, 가사도우미 등 내국인이 꺼리는 3D업종이다 보니 인력난을 메울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으론 과거처럼 불법체류자가 급격히 양산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비자가 만료돼 본국으로 돌아가면 최소 1년(농ㆍ축산ㆍ어업 6개월)은 지나야 한국에 재입국할 수 있고 비자 발급 가능 연령도 55세 미만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 김모(56)씨는 "중국으로 돌아가도 취업비자를 받을 수 없는 처지라 그나마 돈을 더 받는 한국에 몰래 남아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인력난과 불법체류 우려에 따라 오는 7월부터 농ㆍ축산ㆍ어업 분야 중국동포 비자재발급 기간을 3개월로 축소하고 방문취업비자 발급 인원 쿼터(현재 30만3,000명)도 1만명 더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2013년 8만4,000명, 2014년 5만5,000명, 2015년 7만1,000명 등 매년 수 만 명이 비자만료로 한국을 떠나는 반면 입국 인원조정은 올해처럼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인력 수급불균형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박용원 이주인권연대 사무총장은 "당초 방문취업제 기간제한을 둘 때부터 인력수급 불안정성이나 불법체류 문제는 예고된 일이었다"며 "갈수록 문제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국내 부족한 일손을 보충할 적정한 인력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라며 "기피업종에 취업하는 동포에 인센티브를 강화해 인력 배분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희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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