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은 관광객, 아시아인은 노동자… '인종 편견' 초등 교과서
박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
백인은 관광객, 아시아인은 노동자… '인종 편견' 초등 교과서
유학생은 서구인, 노동자는 아시아인으로 묘사된 초등 3학년 '생활의 길잡이'의 삽화.
'외국인 관광객은 서구인, 노동자는 동남아인.'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의 다문화 관련 기술방식이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이고, 다문화 가정을 연민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등 편향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거주 외국인 수는 지난해 말 현재 3만 5천116명으로 0.9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 결혼이민자도 14만 4천681명으로 급증하는 등 한국 사회가 급격하게 다문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교과서가 여전히 인종차별적이거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묘사로 일관하고 있다.

인권센터가 분석해 보니
피부색 따라 차별적 시선

다문화가정 부정적 묘사
서구중심 서술방식 심각


부산지역 이주민 인권운동단체인 ㈔이주민과 함께 부설 다문화인권교육센터가 2007 개정 교육과정의 초등학교 사회, 도덕, 국어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배달민족'이나 '단일민족' 같은 용어는 빠지고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비중은 크게 높아진 반면, 이주여성과 그 자녀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묘사나 기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에 묘사된 이주여성 학부모들은 소극적이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가령 4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걱정마'라는 시에는 '알림장을 못 읽는 나영이 엄마는 베트남에서 왔고, 김치 못 먹어 쩔쩔 매는 영호 아저씨 각시는 몽골에서 시집와 길에서 만나도 말이 안통해 그냥 웃고만 지나간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들 모두 우리가 함께 보듬어야 할 이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혼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동화하지 못하는 집단이라는 선입관을 심어주고 있다.

이주여성 자녀들에 대한 편견은 한층 심각하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보다는 외모가 다르고, 한국어가 서툴러 따돌림을 당하는 존재로 자주 그려진다. '도덕' 3학년 2학기에는 부당하게 놀림을 당해도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항상 주눅 들어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인 학생'들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인지를 묻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주체적인 존재가 아닌 연민이나 동정의 대상으로 객체화하고 있는 셈이다.


인종차별적이고 피부색에 따른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사회 교과서의 사진과 삽화에서 외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은 절대 다수가 백인인 반면, 동남아시아인은 한국에 돈 벌러 온 가난한 나라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시아지역 관광객이 국내 전체 관광객의 85.2%를 차지하고, 아시아 출신 외국인 유학생이 92.4%에 달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다문화인권교육센터 정정수 소장은 "교과서 집필자들조차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지 못하고, 왜곡된 편견을 그대로 교과서에 반영하고 있다"며 "과거 아버지는 집에서 신문 보고, 어머니는 과일을 깎는 모습으로 부부 역할을 고착화한 교과서 삽화들이 양성평등 의식의 확산과 함께 고쳐졌듯이 다문화 시대에 맞는 교과서 수정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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