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에 소변보고'… '알몸검사하고'… 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백태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강제퇴거 시키기 전까지 출국여권 절차를 준비하면서 이들을 임시로 보호하는 곳을 외국인보호소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서 생리현상을 억지로 참게 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등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인권침해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개한 '2010~2011 외국인보호소 방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화성외국인보호소, 청주외국인보호소,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외국인보호시설 4곳을 방문조사한 결과 보호소 수용 전후로 인권침해를 경험했다는 증언이 줄을 이었다.

"잡히는 순간 출입국 직원이 얼굴을 때리고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격했어요. 이후 바로 수갑을 채우고 차에 태웠습니다. 평상복 차림의 출입국 직원은 신분증조차 제시하지 않았어요."

"건축현장에서 안전교육을 받고 나오던 중 단속됐습니다. 곤봉으로 옆구리를 눌러서 깊은 통증을 느꼈고 허리를 구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갑을 착용한 상태로 2~3시간 차 안에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수갑을 채운 채로 볼일을 보게 해서 굉장히 수치스러웠다."

"버스 안에서 오줌을 누구 싶다고 했는데 허락하지 않아서 그냥 앉은 채 바지에 오줌을 눴습니다."

"식사시간에 나오는 것을 모두 먹어야 하는데 1번에 모두 먹기에 많아서 조금 있다가 먹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방 검사 나온 직원이 음식을 모두 뺏어갔습니다."

"7월5일에 단속돼 보호소에 들어왔는데 7월22일에야 새 옷으로 갈아입었어요."

인권위가 2010년 7월20일부터 같은달 29일까지 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 41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입소과정에서 받은 몸 검사 때 수치심을 느꼈다고 응답한 비율이 36.7%에 달했다.

특히 여자 직원이 남자 보호외국인의 몸수색을 했다는 응답이 2.9%, 남성 직원이 여자 보호외국인의 몸수색을 했다는 응답이 1.3%였다.

특히 불법체류로 단속된 외국인을 1차적으로 조사하는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와 조사·보호기능을 병행하는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외국인 41% 이상이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속옷 검사와 알몸 검사 사례도 속속 보고됐다.

옷을 입은 채 몸 검사를 받았다는 응답이 71.%로 다수였지만 속옷 차림으로 검사를 받았다는 응답이 23.8%, 알몸으로 검사 받았다는 응답이 4.6%나 됐다.

여성 외국인들은 단속 후 차에 태워져 보호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단속차량 안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여성이 18.3%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지 묻자 "차에서 내린 후 남들이 보는 앞에서 남성들과 함께 묶여 끌려갈 때"라는 응답이 27.8%, "장시간 화장실에 갈 수 없어서"란 답이 24.4%, "비좁은 차 안에서 장시간 남성들과 밀착할 때"란 응답이 14.6%로 나타났다.

보호소에 도착해서도 고난은 이어졌다.

수용된 방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특히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수용자 중 47%에 달하는 외국인들이 불만을 표했다. "방에서 냄새가 난다", "환기가 안된다", "여름에 너무 덥다", "채광이 잘 안된다" 등의 진술이 확보됐다.

보호외국인들에게 제공되는 의복도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냄새나는 옷을 받았다"는 응답이 44.2%,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못한다"는 답이 34.5%, "옷이 땀을 흡수하지 못해 몸이 가렵다"는 응답이 18.8%로 나타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단속돼 호송되거나 신체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국인보호소들이 적절한 방어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특히 장기간 단속차량 안에 있을 때는 수갑과 식수, 식사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단속차에 갇혀서 화장실에 갈 수 없어서 힘들었다고 응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개선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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