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대형 교통사고로 이주노동자 실태 부각

 
사망 10명 페루 출신, 19~55세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캐나다 온타리오주 햄스테드에서 교통사고 참변을 당한 이주 노동자 10명이 모두 페루 출신으로 19~55세 연령대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캐나다의 외국인 이주노동자 제도와 열악한 운용 실태가 부각되고 있다.

또 이들이 타고 있던 차량이 평소 심각한 안전성 문제를 지적받던 15인승 밴이라는 점도 사고의 후속 논란을 낳고 있다.

7일(현지시간) 글로브 앤 메일지 등에 따르면 햄스테드 인근 시골 도로 교차로에서 트레일러 트럭에 받힌 밴에 타고 있다 변을 당한 이주노동자들이 모두 페루 출신으로 10대가 포함돼 있으며, 캐나다에 입국한 지 1주일 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탄 밴은 전날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를 지나다 차량 측면과 충돌한 트럭에 끌려가면서 탑승 13명 중 10명이 트럭 운전사와 함께 현장에서 숨졌다.

이들은 인근 양계 농장에서 예방접종 작업을 끝낸 뒤 다른 일행과 함께 밴 2대에 나눠 타고 작업 농장을 출발해 이동 중이었다.

사고는 온타리오주 교통사고 중 최악의 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조사를 벌이던 경찰 관계자는 "수 십 년 동안 이런 사고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임시 체류허가를 받은 노동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

캐나다는 지난 1966년부터 농가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계절 농업 근로자 프로그램(SAWP) 제도를 도입, 외국 노동자들에게 8개월 기한의 임시 노동 비자를 발급해 인력을 수급해 오고 있는데, 사고를 당한 이들도 모두 이 제도에 따라 전문 용역회사에 고용돼 농장을 이동해 가며 일해왔다.

이주 노동자들은 대개 멕시코나 남미 국가 출신들로 비자 기한을 연장해 가며 수 년 동안의 고용 계약을 맺고 입국해 집단 생활을 하며 임금을 본국 가족에 송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자들은 온타리오주에 가장 많아 66%가 이 지역 농장으로 배치돼 있고, 퀘벡주에 13%,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농가에도 13% 씩 분포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업 부문 하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이들이 담당하고 있으나 대개 불리한 고용 조건이나 여러 농장을 이동해 가며 일하는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평소 운용 실태에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내 왔다고 글로브지는 전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남미계 이민사회가 충격에 빠졌고, 온타리오주 각지에서는 이들을 위한 성금 모금이 시작되는 등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또 대형 사고가 난 15인승 밴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15인승 밴은 화물용으로 설계돼 승객 탑승용으로 변형 제작된 차종으로 지난 수 년 사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대형 사망사고가 잇달아 승객용 운행을 전면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어린이들이 탑승하는 스쿨버스 용도로는 운행하지 못하도록 돼 있으나 승객 수송용으로 다양한 곳에서 15인승 밴이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고 언론들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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