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변호사의 노동현안 리포트] 이주노동자 일자리
김형동  |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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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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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다시 부동산투기 열풍인가. 영하의 겨울추위에도 하염없이 길게 늘어선 줄에 “어제밤부터 줄을 섰어요”라는 인터뷰까지. 화면에는 새치기하지 말자며 격한 몸싸움까지 벌이기도 했다. 지난주 공중파 메인뉴스 중 한 꼭지였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정말 인기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청약현장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기자의 다음 안내에 오해는 풀렸다. 고용노동부 이천지청 앞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외국인근로자를 구하기 위한 사업주들을 취재한 것이다. 순서에 든 사람은 무슨 로또라도 당첨된 것처럼 좋아했다. 지난 밤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반면에 대다수는 “일할 사람은 없는데 이렇게 제한만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 당장 일손이 없다, 정부가 대책을 세워 줘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안타까웠다.

다음날 다른 채널에서도 똑같은 뉴스가 이어졌다. 이번엔 의정부지청 앞이었다.

도시와 농촌, 공단과 농업을 가리지 않고 힘든 일자리에 대한 인력난은 하루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른바 다수의 이주노동자는 일자리, 그것도 3D업종을 마다하지 않고 입국한다. 산업연수생·고용허가제가 대표적인 예다. 동포자격으로 초청받은 자들의 대부분도 체류자격 이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다.

그렇다면 농업과 영세·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을 메울 수 있는 답은 없는 것일까. 이들 산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중소기업은 임금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의 중추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십수 년, 대기업 중심의 경제운영의 한계도 확인한 마당이다. 결국 기초산업이 튼튼히 버텨 줘야 전체 노동자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주노동자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은 어떨까. 먼저 인력 수입의 폭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이들의 노동력을 적극 원하고 있고 국내 입국을 준비하는 이주노동자는 충분하다. 양질의 노동력을 가리고 연결해 주는 역할은 정부의 몫이다.

이주노동자 입국 확대가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부 내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일자리도 부족한데 이주노동자에게까지 무슨 배려냐는 정도의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번의 크고 작은 경제위기 때마다 이주노동자 일자리는 이미 독립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경제위기 때마다 중소기업에서는 도리어 일손이 부족하지 않았던가.

진입장벽을 낮추고 유경험자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 1회 5년 등으로 제한된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많았다. 5년으로 정한 뚜렷한 기준을 알 수 없고, 더군다나 오히려 숙련되고 국내 문화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이들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심사를 통해 범죄와 같은 결격이 없다면 체류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하나 대표적인 예는 유학생의 과외 경제활동을 제재하는 것이다. 이들은 거의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다. 과외 수입이 아니고서는 높은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허용된 주 15시간 노동만으로 이를 채우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인 규범력도 없다. 방학이나 휴학기간 내내 통·번역에서부터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유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이른 감이 있지만 불법체류자를 양성화하는 것도 생각할 단계에 왔다고 본다. 일부 선진국에서 겪은 혼란을 교훈 삼아 미리 대비하는 차원도 있다. 정부는 불법체류자 정책을 매우 껄끄러워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거의 무대책이었다. 발각되면 즉시 강제퇴거시키는 정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보호소는 인권의 사각지대였다. 영주제도 개선 등이 있었지만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불법체류자가 얼마인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추측건대 노동지청을 통해 적법하게 고용되는 숫자에 버금갈 것이다. 지원받지 못한 사업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여주·이천의 인삼밭이나 의정부·포천·양주·파주 등 영세 염색·가구공장에서 일하는 적지 않은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일 것이다.

물론 기준은 있어야 한다. 기준에 불법체류 이유와 기여도를 감안하면 어떨까. 체류기간 갱신을 하지 못한 자와 형사범죄 등 국내법 질서를 심각하게 위반한 자들과는 다르지 않는가. 요컨대 국내법을 지켰고 일손을 찾던 염색공장·여관·식당에서 일하면서 국내 경제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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