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송금수수료 내린다 [한겨레]2012-01-29

네팔 출신 외국인 노동자 기리(29)씨는 매달 받는 급여를 현금으로 가방이나 숙소에 보관했다가 서너달치를 모아 한꺼번에 본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한다. 그가 도난이나 분실의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는 송금수수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이렇게 500만원 가량을 보낼때 그가 은행에 부담하는 수수료는 3만원 가량이다.

그는 “한국인들에게는 그리 비싸지 않은 금액일지 모르지만 우리들에겐 하루이틀치 생활비”라며 “한두번 보내는 것도 아니고 급할 경우 한달에 몇번씩 송금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는 이 때문에 친구나 지인이 입국할때 현금으로 보내다가 종종 돈을 떼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설 또는 불법 시설을 이용하다가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지난달 은행연합회를 방문한 네팔 재무부 차관보가 수수료 인하를 요청하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외 송금 수수료 부담이 조만간 줄어들 전망이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29일 <한겨레>와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큰 만큼 사회공헌 차원에서 협회가 적극 나서 송금 수수료 인하 문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외환은행 등 몇몇 은행들이 해당국 특정 은행과 제휴를 맺어 일부 항목의 송금 수수료를 30% 가량 할인해 주고 있는 것을,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송금수수료 인하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이 은행 서비스를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연합회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외국인 노동자가 국외로 100만원을 송금할 경우 국내은행에 내야하는 송금수수료는 1만2000~1만8000원에 이른다. 여기에 각 나라 현지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고려하면 그 금액은 더 커진다. 두 나라 은행 사이에 외국환 거래업무 약정이 없을 경우에는 국외 중개은행을 한단계 더 거쳐야 돼 송금수수료가 최대 4만2000원까지 늘게 된다. 2010년 외국인 노동자 등이 국외로 송금한 액수는 1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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