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칼바람 휴대용버너·술로 버티며 밤샘 줄서기
시설농 고달픈 ‘외인 일손 구하기’
2012년 01월 10일 (화) 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 고용노동부가 10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시설재배농가에 인력을 배정할 예정인 가운데 9일 인력을 배정받기 위한 행렬이 이천고용지원센터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이천=신용백 기자  
 
고용노동부 성남지청 이천고용지원센터(이하 이천지원센터) 일원에 100여m 이상의 줄을 서서 밤을 새는 이색적인 행렬로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9일 이천지원센터에 따르면 10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올해 우리나라에 이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시설재배농가에서 필요한 인력 등에 대해 접수를 받는다.

이에 농가주들은 국내 3D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해야만 운영할 수 있는 현실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배정받기 위해 지난 8일 오후 1시께부터 하나둘씩 모였고, 결국 밤을 새며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이들이 인도에서 밤을 새며 추위를 견디기 위해 음주를 하거나 아예 1회용 가스레인지를 갖다놓고 음식을 끓여 먹으며, 지속적인 언성에 인근 주민들은 잠을 설치는 불편함에 112신고를 해 경찰들이 수회 출동하는 등 내홍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이들이 밤을 지샌 인도 등은 스티로폼 및 음식찌꺼기, 일반쓰레기 난립은 물론 인근 차도는 이들이 주차해 놓은 차량들로 아수라장이 돼 출근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부분의 농가주들은 “어차피 접수 순으로 근로계약을 우선 배정할 것이라면 사전예약번호표를 나눠 주고 가능한 순번까지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순차적인 배정을 해 주면 매년마다 추한 광경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채소농가주 배모(41·이천시 백사면 도지리)씨는 “한 사람의 외국인 노동자라도 더 고용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인 농촌의 현실이어서 만사 제쳐놓고 며칠이 걸리더라도 순번에 들어가기 위해 밤을 지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현실에 맞는 고용정책과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정착시켜 바쁘고 힘들게 생활하는 농가들의 고통을 감소시키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이에 대해 이천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매년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원인은 고용노동부가 신규 외국인 근로자 근로계약을 전국적으로 일시에 접수받음으로써 벌어져 발생되는 것으로 보이며, 이천고용지원센터 또한 상부 기관의 정책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의 순번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부연설명을 했지만 농가주들은 어차피 밤을 샜는데 하루 더 참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천고용지원센터 J소장은 “전국적으로도 시설채소농가 등이 많은 곳인 이천시 농가들을 위한 외국인고용정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빚어지는 현상으로, 바람직한 정책을 제안해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 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천시 시설농가 등의 외국인 노동자 희망 고용인력은 450~5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적으로 300여 명 안팎의 인원이 배정돼 매년 인력난으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