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요? 오늘도 잘곳 없어 막막합니다”
18일이 세계 이주민의 날인데… 정부 외면에 ‘홈리스’ 전락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지난 2009년 어업취업비자로 제주도의 양식장에 취업한 네팔인 다이아 딤(29). 3년간 열심히 일해 목돈을 모아 귀국, 개인 사업을 차리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1년 6개월 동안 일한 양식장과의 계약이 끝나 최근 기숙사를 나왔다. 재취업까지 머물 곳이 마땅찮았다. 따로 방을 구할 수도 없었다. 겨울 추위를 몸으로 맞다 수소문 끝에 전남 여수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찾았다. 가까스로 한뎃잠을 면할 수 있었다. 딤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으면 집도 동시에 잃는 경우가 많아 직장을 구하는 동안 갈 곳이 없다.”면서 “다른 친구들의 공장 기숙사에 숨어들어 잠만 자고 나오거나 모아둔 돈을 쪼개 값싼 모텔방을 전전한다.”고 말했다. 박용환 쉼터 소장은 “최근 쉼터에 부산, 목포 등에서 생활하다 잠잘 곳을 찾아 여수까지 온 네팔, 말레이시아, 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노숙자 신세로 떠도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 속에서 지인의 집에 머물거나 간혹 노숙인 시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문제를 외면하는 사이 교회, 시민단체 등에서 쉼터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전국 20~30곳에 불과하다. 노숙인상담보호센터인 영등포햇살보금자리 관계자는 “중국동포와 외국인들이 가끔 와서 잠시 머물다 가곤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시대에 등장한 ‘다문화 홈리스’다.

중국동포 박동춘(49·가명)씨는 전국을 떠돌며 공장일을 하다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8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다 교회 쉼터와 친구집 등에 신세를 졌지만 마음이 무겁다. 노숙인 쉼터의 문도 두드렸지만 ‘외국인이라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쉼터에 자리 잡은 박씨는 “여기에서도 나가야 한다면 난 그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해성 목사는 “이따금 경찰이나 공무원 등이 갈 곳 없는 중국동포를 데려오기도 하고,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등에서 이곳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홈리스로 전락하는 것은 저임금과 고용불안, 제도상의 허점 때문이다. 이재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사무처장은 “이직을 3회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체류자격을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양산시키고 빈곤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산업재해를 당하면 보험혜택도 받지 못해 고용주로부터 외면받는 실정이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는 노사가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지자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에 재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노숙인 쉼터 등 노숙인 지원시설도 외국인에 대한 지원 근거가 없다. 때문에 산업재해를 당해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거나 돈이 없어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교회나 시민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쉼터뿐이다. 김해성 목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노동력’을 수입했을 뿐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갈 곳 없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윤샘이나·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350 일본, ‘일손 부족’ 메우기 위해 외국인에 새로운 체류 자격 부여
이주후원회
2756   2018-04-17 2018-04-17 00:01
일본, ‘일손 부족’ 메우기 위해 외국인에 새로운 체류 자격 부여기사입력 : 2018년04월12일 16:10 최종수정 : 2018년04월12일 16:10 가 + 가 - 프린트 [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일본이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일손 부족을...  
349 [양구]외국인 계절근로자 101명 입국
이주후원회
3273   2018-04-17 2018-04-17 00:06
[양구]외국인 계절근로자 101명 입국 양구서 3개월간 영농 참여 【양구】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양구에서 영농활동에 나선다. 양구군에 따르면 필리핀 딸락시 출신의 계절 근로자 101명이 5일 입국해 양구에서 본격적인 영농활동에...  
348 [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성실‘근로자’ 재입국 막는 고용허가제
이주후원회
3107   2018-04-19 2018-04-19 12:00
[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성실‘근로자’ 재입국 막는 고용허가제 / 섹알마문등록 :2018-04-18 18:30수정 :2018-04-18 19:41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 산...  
347 이주노동자 바다에 빠트린 비정한 선장
이주후원회
1927   2018-04-19 2018-04-19 12:03
이주노동자 바다에 빠트린 비정한 선장…영상 입수 20대 베트남 청년 한국에서 지속적 인권침해…사업장 변경 요구에 도리어 금품 요구 입력 : 2018-04-18 17:50:08 ㅣ 수정 : 2018-04-18 19:34:54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내...  
346 성폭행 피해 이주여성노동자, 앞으론 업주 동의없이 사업장 변경 가능
이주후원회
2001   2018-04-19 2018-04-19 12:06
성폭행 피해 이주여성노동자, 앞으론 업주 동의없이 사업장 변경 가능 입력 2일전 | 수정 22시간전 ▲ 4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 2차 회의' 현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주도로...  
345 한국의 다문화 사회,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이주후원회
3271   2018-04-19 2018-04-19 12:08
한국의 다문화 사회,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한국사회, 다문화로 급격히 변화 사회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아 다문화 가정은 당당한 우리 구성원 사회시스템 정비ㆍ보완에 힘써야 양산시민신문 기자 / mail@ysnews.co.kr입력 : ...  
344 3개월 동안 농사 짓고 떠나는 ‘계절근로 외국인’ 늘어난다
이주후원회
3011   2018-04-23 2018-04-23 14:13
3개월 동안 농사 짓고 떠나는 ‘계절근로 외국인’ 늘어난다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공유 더보기 입력 : 2018.04.23 13:26:00 수정 : 2018.04.23 13:33:11 인쇄글자 작게글자 크게 마...  
343 천주교 이주사목단체, 난민 상황 등 개선 요구
이주후원회
2787   2018-04-25 2018-04-25 15:34
천주교 이주사목단체, 난민 상황 등 개선 요구UN 난민, 이민 국제협약도 강조 강한 기자 ( fertix@catholicnews.co.kr ) 승인 2018.04.25 14:28 | 최종수정 2018.04.25 14:09 댓글 0 글씨키우기 글씨줄이기 인쇄하기 신고하기 페...  
342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은 시한폭탄 돌리기
이주후원회
3030   2018-04-25 2018-04-25 15:35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은 시한폭탄 돌리기[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2018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와 이주노동자 투쟁투어버스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승인 2018.04.24 14:01 댓글0 icon트위터 icon페이스북 icon글씨키우기 ic...  
341 난민 인정률 1.5%… 그래도 꿈과 희망 포기할 수 없어
이주후원회
1907   2018-04-25 2018-04-25 15:42
난민 인정률 1.5%… 그래도 꿈과 희망 포기할 수 없어요 부활의 삶 꿈꾸는 ‘동두천 난민공동체’ 2018. 04. 29발행 [1462호]홈 > 기획특집 > 일반기사 ▲ 동두천 난민공동체 가족들과 이곳을 찾은 수녀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