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주민노동센터 조사결과
저임금·장시간노동 등 ‘그대로’
한국노동자 중졸이하·50살이상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삶의 질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마다 경남 지역 이주노동자의 노동·생활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26일 “대만 등 대부분 국가들은 여성 이주노동자를 많이 고용하지만 한국의 이주노동자는 86.8%가 남성이며,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한국인 노동자 대부분의 학력이 중졸 이하이지만 이주노동자의 학력은 대부분 고졸 이상”이라고 밝혔다. 또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한국인 노동자의 나이는 55.6%가 50살 이상이지만 이주노동자는 66.5%가 34살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주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2005년 11.08시간에서 올해 11.03시간으로 지난 6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월평균 임금은 111만7300원에서 158만100원으로 46만2800원 올랐다. 이는 상용근로자 5명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한국인 상용근로자에 견줘 여전히 일은 더 많이 하면서 임금은 절반 수준인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들의 월평균 생활비는 21만~30만원이 30.3%로 가장 많았으며, 31만~50만원이 26.1%로 뒤를 이었다. 이들이 고향에 보내는 월평균 송금액은 올해 107만3100원으로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섰다. 사실상 생활비를 뺀 모든 수입을 본국에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직장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빠른 작업 속도,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 환경 등을 꼽았다. 또 일상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언어·의사소통, 문화적 갈등, 돈 문제 등을 들었다. 이런 어려움은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가 2001년 조사를 시작한 뒤 해마다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문제다.
전체 응답자의 40.4%는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하며, 이직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싶다(33.7%)는 것이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결국 비전문 업종에서 한국인 청년 노동력이 빠져나간 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이주노동자의 단기순환식 취업구조 개선과 지속 가능한 중소제조업 모델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