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70
이자스민 ‘버럭’ “영화 속 이주여성이 괴물 보다 부담스럽다고요?”
[JDC대학생 아카데미] (10) 이주여성 배우, 한국의 ‘다문화’를 말하다
데스크승인 2011.11.16  00:43:48 이미리 기자 | emiriism@gmail.com  

“왜 한국사람들은 이주노동자나 이주여성들이 스크린 가득 잡히면 부담스러워 하는 거죠? 외계인이나 괴물, 귀신은 대체 어떻게 참고 보나요?”

최근 영화 ‘완득이’에서 새내기 영화인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주여성 이자스민(34) 씨가 15일 ‘JDC대학생 아카데미’ 강단서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개봉 3주 만에 관객 350만을 달성한 ‘완득이’에서 주인공 완득이 엄마역으로 나온 이 씨는 미스 필리핀 출신 의대생이란 화려한 경력이 더해지며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사실 이 씨는 영화 출연 경력자다. 지난해 영화배우 송강호와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 ‘의형제’에 이주여성 뚜이안 역으로 출연했었다.

   
▲ 영화 '완득이'에서 주인공 완득이의 엄마 역으로 눈길을 끈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이자스민 씨.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영화 ‘의형제’는 첫 영화라는 것 말고도 이 씨에게 특별하면서도 충격적인 일화를 남겼다.

“나는 첫 영화 출연에서 대사와 이름까지 얻어 기뻤다. 송강호·강동원 씨와 한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개봉 후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사람들은 외국인을 큰 화면으로 보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외국인 여성을 타이트하게 잡은 장면이 있었지만 최종 편집 단계에서 원경 숏으로 대체했다’고 했다. 내가 더 큰 화면에 나올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웃음)”

이어서 그는 “영화에는 괴물에 외계인, 귀신까지 나오는데, 스크린에서 외국인이 나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외국인들만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는 대체 어떻게 보느냐”고 반문했다.

영화 ‘완득이’ 속 완득이 엄마에 대해선 “너무 답답한 여자”라고 평했다. 그는 “아들을 떠난 마당에 왜 그렇게 밖에 살지 못한 건지 아쉬웠다”고 평했다.

이 씨는 “‘완득이’에는 몸이 불편한데다 옥탑방에 살 만큼 가난한 이들이 등장한다”며 “하지만 그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슴 따뜻한 영화”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 이자스민 씨.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최근 이 씨가 주목받은 것은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그의 인생기가 알려지면서였다.

이 씨는 17년 전인 10대 때 한국인 남편을 만나 1년 반의 열애 끝에 결혼해 한국에 왔다. 미스 필리핀 출신 의대생이던 그는 결혼을 위해 학업도 포기했다.

이후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다 이주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방송일을 시작했고, 다문화 가정 네트워크인 ‘물방울 나눔회’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필리핀 출장 온 한국인 남편의 사각턱이 슈퍼맨을 닮은 것에 반해 “저 남자와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이 씨. 그는 “한국에 시집 왔더니 시아버지와 시동생은 물론이고 슈퍼마켓 아저씨도 모두 사각턱, 슈퍼맨이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씨 가족은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이들에 쏟아지는 시선은 불편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특히 ‘왜곡된 미디어의 시선’을 꼬집었다.

   
▲ 이자스민  씨.ⓒ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국내 방송활동 7년 경력의 이 씨는 “방송은 웃기거나 울리거나 둘 중 하나”라며 “‘다문화 가정’에 대해선 감동을 전해야 하다 보니 이주여성에게 가난한 나라에서 왔고, 문화·사회·언어 부적응자이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이미지를 심어 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왕따’이기 일쑤고, 이들의 아빠는 농촌 출신의 노총각이고, 학력이 낮은 데다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게 비춘다”고 했다.

이 씨는 또 다문화 가정 관련 공익광고를 보여주며 “왜 여기 등장하는 여자는 동남아 출신이어야 하고, 허름한 한옥집에 살며, 영상은 또 왜 세피아 색으로 담느냐”며 “짠한 느낌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라는 꼬리표가 아쉽다. 그는 “처음엔 ‘다문화’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우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구나’란 생각에 반가웠다. 그런데 지금은 기존의 ‘혼혈아’와 같이 정상적인 그룹과 구분 짓는 단어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 씨는 “사람들의 편견에 ‘밸런스(균형)’를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을 언제나 적응하지 못하고, 항상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본다면 주저 앉고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짠하고 불쌍하다는 마음이 든다는 이유로 무심코 던지는 ‘잘못된 배려’도 많다. 다문화 가정 아이를 둔 부모에게 ‘정말, 잘 키웠다’는 말조차 편견에 기초한 문제 의식을 갖고 바라본 것이다. 상처가 될 수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350 [뉴스플러스] 외국인 노동자 '귀하신 몸'
이주후원회
4515   2011-11-21 2011-11-21 14:49
[뉴스플러스] 외국인 노동자 '귀하신 몸' ◀ANC▶ 이주 노동자가 최대 6년까지만 국내에서 일하고 떠나게 하는 고용허가제. 시행 7년을 맞았는데, 기간 만료된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중소기업은 극심한 인력난을...  
349 이주여성 노동자 12.1% "사업장에서 성폭행 당해"
이주후원회
6517   2011-11-21 2011-11-21 14:41
이주여성 노동자 12.1% "사업장에서 성폭행 당해" 직장상사 무서워 폭행 감수…"보호제도 마련해야" google_protectAndRun("render_ads.js::google_render_ad", google_handleError, google_render_ad);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 ...  
348 울산이주센터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반대한다"
이주후원회
5302   2011-11-21 2011-11-21 14:39
울산이주센터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반대한다" | 기사입력 2011-11-10 13:24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이주센터 등 울산지역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는 10일 "정부의 미등록(불법)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이자스민 ‘버럭’ “영화 속 이주여성이 괴물 보다 부담스럽다고요?”
이주후원회
6277   2011-11-21 2011-11-21 14:37
이자스민 ‘버럭’ “영화 속 이주여성이 괴물 보다 부담스럽다고요?” [JDC대학생 아카데미] (10) 이주여성 배우, 한국의 ‘다문화’를 말하다 데스크승인 2011.11.16 00:43:48 이미리 기자 | emiriism@gmail.com --> “왜 한국사람들은 ...  
346 이주노동자 집중단속 즉각 중단하라
이주후원회
4517   2011-11-21 2011-11-21 14:32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집중단속 즉각 중단하라" var xmlhttp = null; var gid = '2011111618138252409'; function GotoTwReply(pg,opt) { if( xmlhttp == null) xmlhttp = ajaxObjSet(); //alert(opt); //alert("/w_include/hot_issue_vodlist.php...  
345 “이주노동자 죽이는 일에 앞장서는 출입국관리소는 킬러”
이주후원회
4912   2011-11-17 2011-11-17 14:32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 사망...“강제단속 중단하라” “이주노동자 죽이는 일에 앞장서는 출입국관리소는 킬러” 천용길 수습기자 2011.11.16 20:16 지난 8일, 출입국관리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  
344 단속된 이주노동자 연행 도중 숨져
이주후원회
5148   2011-11-10 2011-11-10 16:55
단속 이주노동자 연행 도중 숨져 [노컷뉴스] 2011-11-10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된 이주 노동자가 이송 도중 갑자기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 8일 저녁 8시쯤 김포시 대곶면 율생리 제조업체에서 일용직 ...  
343 제17회 불교인권상에 박경석 대표·미셸 위원장
이주후원회
4598   2011-11-14 2011-11-14 19:45
제17회 불교인권상에 박경석 대표·미셸 위원장 불교인권위, 11월19일 시상식 [법보신문] 제17회 불교인권상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미셸 카투이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이 선정됐다. ...  
342 강제단속 없다던 출입국 관리소, 또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이주후원회
4642   2011-11-08 2011-11-08 13:30
강제단속 없다던 출입국 관리소, 또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7일 경주에서 12명 단속, 항의하던 인권단체회원 12명 연행 천용길 수습기자 2011.11.08 11:30 출입국관리소가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을 진행했다. 단속 과정에서 미...  
341 단속추방 반대 웹소식지 1호 file
이주후원회
4468   2011-11-07 2011-11-07 16:5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