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전 자유 제한 합헌 판결

이주노조 "근본적 문제인 고용허가제 폐지" 주장

천용길 수습기자 2011.09.29 16:29

헌법재판소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전을 제한하는 법률은 합헌이라고 밝혀 이주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다. 29일 헌재는 고용허가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 25조 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 제 2항’에 대한 위헌 청구를 기각했다. 인도네시아 국적 수하르조씨 등 6명은 "사업장 변경 제한으로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위헌청구소송을 냈다.

[출처: 자료사진]

헌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내국인근로자의 고용기회를 보호하고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로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여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도입한 것”이라며 "3년의 체류기간 동안 3회까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대통령이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추가로 사업장변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 판결의 요지를 밝혔다.

헌재는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지만 기본권 주체성의 인정문제와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별개의 문제”라며 “외국인에게 직장 선택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곧바로 이들에게 우리 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직장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강국, 민형기, 이동흡, 송두환, 박한철 재판관 5명만 이주노동자도 사업장 이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위헌청구가 적법하다고 밝혔다.

반면 목영준, 이정미 재판관은 “직장 선택의 자유는 인간의 자유라기 보다는 국민의 자유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외국인에 대해서는 직장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의견을 밝혔다. 두 재판관은 “근로계약의 자유에 관하여는 외국인에게도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법률조항에서 위임한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사업장 추가 변경을 1회에 한하여 제한하는 것은 법률유보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시행령에 대한 일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4조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의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은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된 시행령에 따르면 “사업장을 3회 변경한 경우에는 1회에 한하여 사업 또는 사업장의 변경을 추가로 허용한다”는 조항으로 부득이한 사유에 대해서도 사업장 이전을 1회로 제한하고 있다.

송두환 재판관도 “청구인들에게 직장 선택의 자유가 인정되며,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법률유보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시행령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을 냈다.

김종대 재판관은 “기본권은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만이 주장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라며 “외국인이 헌번소원청구는 할 수 없다”고 심판청구 자체에 대해 각하의견을 밝혔다.

법률의 위헌결정에는 1명이 모자랐지만 5명의 재판관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인정하는 의견을 밝혀 이날 헌재의 판결은 여러가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주노조는 이날 판결에 대해 "부당한 결과다. 이주노동자들도 언제든지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한국사회에 알리고,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주노조는 "고용허가제 자체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가지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한다. 오늘 판결을 계기로 더 강력하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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