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쿼터 억제, 중소기업 뿔났다
    • 조재희 기자 joyjay@chosun.com bul_open_rep.gif
    • 입력 : 2011.10.06 16:11 / 수정 : 2011.10.06 16:31 
    “왜 외국인 근로자 숫자를 제한합니까? 공장 문 닫으라는 겁니까?”
    5일 경기도 김포 대곶면의 한 금속공장. 6611㎡(약 2000평) 규모의 공장 내부가 육중한 기계음으로 가득 찼다. 금속을 압연하고 가공하는 공정이 한창이었지만, 일부 라인은 멈춰 서 있었다.
    철판 자재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일이 고되다 보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50여명의 인력이 일할 수 있는 라인이 갖춰져 있지만, 직원은 17명뿐이다. 이 공장 5개 라인 중 2개 라인은 최근 인력부족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이 공장은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해 하루에 수천만원씩 손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사장 김모(62)씨는 전날인 4일 아침부터 김포고용센터를 찾았지만 헛걸음만 했다. 외국인 근로자 쿼터(할당)를 받아보려 찾아간 센터는 같은 처지의 중소기업 사장 250여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센터는 이날 외국인 근로자 74명을 업체당 1~3명씩 34개 업체에 배정하고 쿼터 배정을 마쳤다. 번호표 153번을 받은 김 사장에게는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김 사장은 “공장이 시골에 있고 힘든 업종이라 돈을 주겠다는데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질 않는다”며 “당장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블라인드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수원고용센터에 지난 3일 자정쯤 도착했지만, 수십 명이 진을 치고 있어 아예 엄두를 못 냈다. 곳곳에서 자리싸움으로 고성이 오갔다. 대기표 68번을 받은 이씨는 포기하고 돌아섰다. 그는 “이불까지 가져와서 밤샘하는 사람들도 있더라”며 “정부가 왜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늘려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일은 올해 마지막 쿼터 배정일로, 전국적으로 20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배분됐다. 올해 제조업계 외국인 근로자 쿼터 배분은 고용노동부 산하 전국 58개 고용센터에서 지난 1·4·6·8월에 이어 이날까지 5차례 진행됐다.
    정부가 정하는 외국인 노동자 쿼터가 줄면서 외국인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허가한 외국인 근로자 숫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3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2008년 13만2000명이던 것이 지난해엔 3만4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급격하게 증가했던 중국동포들의 유입을 자제시켰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실업률 상승 등을 우려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 관계자는 “많은 중소기업이 저렴한 인건비 등을 이유로 고용 확대를 원하지만, 외국근로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이같이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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