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상속' 피해 온 케냐 여성 난민 인정

입력 : 2011.09.23 03:11

서울고법 판결

'아내 상속' 대상이 돼 한국으로 도피한 아프리카 케냐 여성을 난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김의환)는 케냐 루오족(族) 여성 M(43)씨가 "고국으로 돌아가면 '아내상속'을 당한다"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법무부는 M씨를 난민으로 인정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루오족의 관습인 아내상속은 젊은 여성의 남편이 사망할 경우 여성을 남편의 형제들이나 그들이 선택한 사람에게 상속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루오족은 이를 거부하면 '치라(chira)'라는 저주에 걸려 죽게 된다고 믿고 있다. 원래는 남편을 잃은 젊은 여성과 자녀들을 부양하기 위한 제도였으나 지금은 남편을 잃은 여성들을 약탈·착취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한다.

1985년 같은 루오족 남성과 결혼한 M씨는 남편이 2004년 사망하면서 관습대로 아내상속의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남편의 형제들은 M씨에게 다른 남성과 재혼할 것을 강요했고, M씨가 거부하자 집에 불을 질렀다.

M씨는 현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결국 2006년 5월 한국으로 도피해 난민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아내상속으로 인해 M씨가 박해를 받고 있다는 증거가 희박하다"며 2009년 신청을 기각하자 M씨는 같은 해 12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성관계와 결혼을 강요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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