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인권위 진정 5년새 두 배 급증

나이지리아인 E는 2007년 5월 모국 친구와 함께 서울 이태원동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출입을 거부당했다. 식당 주인은 “나이지리아인과 직원 사이에 마찰이 있어서 아프리카인은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며 그들을 쫓아냈다. 비슷한 사례는 잇따랐다. 2008년 2월 아프리카인 A는 술집 출입을 거부 당해 항의했다는 이유로 주점 직원 4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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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 후세인(29)은 2009년 7월 버스 안에서 한국인으로부터 “더럽다. 냄새난다.”는 말을 들었다. 또 그들은 자신과 동행하던 한국 여성에게까지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후세인은 결국 그 한국인 승객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마저도 “웬만하면 합의하라.”고 하는가 하면 “한국에 무슨 일로 왔느냐.”며 되레 후세인을 범죄인 취급했다. 이들 사례는 모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종에 따른 차별로 인정돼 주의조치와 인권교육 등의 권고가 내려졌다.

최근 이와 유사외국인 차별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6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종이 달라 차별받았다.”며 진정된 사건은 지난 10년간 50건에 불과하지만, 이 가운데 34건(68%)이 2009년과 2010년 사이에 집중됐다. 출신국 때문에 차별받았다는 진정은 2005년 19건, 2006년 28건, 2007년 37건, 2008년 28건, 2009년 19건, 2010년 27건 등 모두 213건이 접수됐다. 종교를 이유로 차별받았다는 진정도 2007·2008년 각 12건, 2009년 18건, 2010년 18건 등 모두 103건이나 됐다. 민족 때문에 차별받았다는 진정도 10여건이나 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다문화 갈등으로 제기된 진정은 2005년 32건에서 지난해 64건으로 5년 사이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한달간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적 표현 실태를 조사한 결과, 특정 국가 출신을 비하하거나 다른 인종을 멸시하는 표현들이 도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한국인들이 중동국가의 테러리즘에 대해 갖는 혐오감을 국내에 거주하는 다른 중동인들에게 표출하는 사례 등이 포함됐다.

신영성 한국다문화연대 이사장은 “다문화의 개념을 후진국과 연결 짓는 사고방식이 문제”라면서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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