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밥과 잠, 인간과 노동자의 권리 / 장귀연

     
    구속된 베트남 노동자들이 처음
    파업을 하게 된 사연이 기막히다
    바로 밥 먹는 문제였다

    » 장귀연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교수
    지난 6월20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공장의 컨테이너 기숙사에서 불이 나 베트남 노동자가 숨졌다. 기본적으로 주거용 건물이 아닌 컨테이너에는 화재 위험이 상존한다.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데다 전기시설을 설치하고 스티로폼 등 유독성 물질이 많아 누전이 되면 곧바로 화재와 참사로 이어진다.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공단 지역에는 이런 컨테이너 숙소들이 단지처럼 늘어서 있다.

    23일에는 인천지법에서 업무방해로 구속된 10명의 베트남 노동자에 대한 선고 공판이 있었다. 인천 신항구 건설장에서 일하던 이들은 2차례에 걸쳐 작업을 거부하는 ‘불법파업’을 주동한 혐의였다. 그런데 처음 파업을 하게 된 사연이 기막히다. 밥 문제였다. 12시간 맞교대로 일요일도 없이 날마다 일하는 이들에게 식사로 제공된 것은 밥 하나 국 하나의 형편없는 음식이었다. 노동자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회사는 주방 담당자를 바꾸는 대신 24만원씩 식대를 월급에서 제해버렸다. 식사 장소도 비좁아 밥 먹을 때마다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허겁지겁 먹고 나가야 했다.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서 조금 일찍 일을 마치고 식사를 하러 갔던 것인데, 10분 먼저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본 관리자가 경고를 했고, 그에 180명의 베트남 노동자들이 일제히 작업장에서 나가버린 것이 이른바 파업의 시작이었다.

    종일 고되게 일해도 맘 편히 잘 곳이 없고 충분히 먹을 수도 없다. 배고프고 등 시린 설움에 덧붙일 말이 무엇이랴. 이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노동자들은 거의 최저임금으로 일한다. 그래도 환율 차가 있어 본국 기준으론 큰돈을 벌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제대로 먹고 잘 권리마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먹고 자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인간의 권리다. 아니, 그렇게 말하기도 민망할, 동물이 생존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노동자들에게 종일 일을 시키면서 위험한 잠자리와 부실한 식사로 때우는 기업들은 이들을 동물보다 못하게 취급하는 셈이다.

    내국인 노동자들은 이런 취급을 거부하며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니까 말도 안 통하고 연고도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다 그렇게 일을 시킨다. 인간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알아도 호소할 데가 없다. 노조를 만들기 어렵고 행정절차도 모른다. 당연히 합법파업이란 게 불가능하다. 혹 문제를 일으키면 추방해버리면 그만이다. 한마디로 마음대로 쓰고 버리면 된다.

    베트남 노동자들의 법원 판결 후 출입국관리소의 행태는 바로 이런 인식을 보여준다. 법원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몇몇 베트남 노동자들끼리 다투었던 것에 대해 벌금을 선고했을 뿐이다. 체포된 주동자들이 파업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검찰이 폭력 혐의를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입국관리소는 구치소에서 나오는 이들을 그대로 끌고 갔다. 죄목이나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일단 구치소에 들어갔다 나오면 다 끌고 가는 게 관행이란다. 그리고 이들을 구금해놓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상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은 추방할 수 있다는 게 명분이다.

    무엇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인가? 밥 한 끼 제대로 먹자고 한 것? 이주노동자 주제에 감히 그런 권리를 찾겠다는 게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서?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노동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곳이라는 점을 증명할 뿐이다. 그런 참혹한 가정이 증명되지 않도록 출입국관리소가 이들을 조속히 석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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