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바지 당겨 몇 개 입었나 사장님이 들여다 봐"…농촌 이주 여성노동자 처우 심각

최종수정 2016.12.17 08:30 기사입력 2016.12.17 08:30

농업 분야 종사 이주 여성 노동자 80% 고용주 제공하는 숙소 생활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이주 여성노동자의 처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0%가 고용주가 제공하는 숙소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절반 이상이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같은 가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일부 숙소에선 침실이 남녀 분리가 돼 있지 않고 남성 고용주·관리자와 같은 숙소에서 사는 경우도 많았다.

17일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 받은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이주 여성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5시간이었다. 최소 8시간을 일했으며 최대 14시간까지 일한 노동자들도 있었다. 65.9%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을 한다고 답했고 한 달 동안 휴가 일수는 2일 이내가 57.2%였다.

폭력피해 이주여성 쉼터의 평균 보호인원은 2013년 277명, 2014년 291명, 2015년 294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주 여성노동자 A씨는 "농장에서 비료 25㎏를 들고 차 위에 올리는 일을 했는데 너무 힘들다고 사장님한테 이야기 했더니 갑자기 화를 내면서 제 몸을 끌고 가 땅바닥에 넘어졌다"고 말했다. B씨는 "2주 일하면 하루 쉬게 해준다고 했는데 일이 많으면 못 쉬게 하고 다른 농장 일이 바쁘면 쉬는 날인데도 우리를 데리고 갔다"고 했다.

열악한 근무 여건 외에도 주거 형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주 여성노동자들은 고용주가 제공한 숙소에서 대부분 생활하는데 10곳 중 1곳은 남녀 침실이 분리돼 있지 않았다. 또 20.8%가 침실에 잠금 장치가 없었고 욕실에 잠금 장치가 없는 곳도 22.0%에 달했다. 고용주가 마음대로 숙소에 드나드는 경우도 27.7%였다.
이주 여성노동자 C씨는 "화장실 갈 때 조심하지 않으면 다 보인다"며 "옷을 갈아입을 때도 사장님이 노크를 하지 않고 마음대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D씨는 "일이 끝나면 몸에 냄새가 나기 때문에 목욕을 하고 싶은데 사장님이 집에 가지 않고 계속 제 방에 왔다 갔다 하니깐 너무 불안하고 불편했다"고 증언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도 12.4%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지 않는데 외설적인 이야기나 불쾌한 성적 농담을 하거나 폭행이나 협박으로 강제 성관계를 하려고 한 경우도 있었다. 성폭행 피해는 대부분 고용주·관리자인 한국인 남성(64%)이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의한 피해도 발생했다. 제3국(동료) 12%, 같은 나라 동료와 한국인 동료가 각각 8%였다.

성폭력 피해 장소는 근로시간 중이었던 농장에서 발생했으며 휴식시간이 그 다음 순이었다. 관련 사실을 발설하면 강제 출국을 시킨다고 하거나 업무 상 불이익을 준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한국말을 잘 못해서(68.4%) 어디에다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서(52.6%)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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