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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할 권리 / 섹알마문

등록 :2018-10-03 18:38수정 :2018-10-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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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 며칠 전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여성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성폭력을 당하면 바로 사업장을 변경하게 하는 법을 마련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잘됐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은 성폭력을 당해야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현재 고용허가제 안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사유가 아주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면 사업장이 폐업을 하거나, 사업주가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임금이 밀릴 때, 고용센터에서 사업장을 직권으로 변경하게 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노동자가 스스로 증거를 수집해간 다음 사실 증명이 되어야만 가능합니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고 노동시간에 사업주의 감시 안에 있는 이주노동자가 증거를 확보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며칠 전, 한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해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라고 했고, 경찰은 사건을 접수하고 사업장을 방문했지만 사업주의 이야기를 듣고는 도리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위해 잔머리를 쓰고 거짓 신고를 한 것이라고 내몰았습니다. 이 이주노동자가 한국말을 잘하지 못해 항변을 못 하고 있다가 저에게 전화를 했고, 수화기 너머로 경찰과 통화했습니다. 경찰은 저에게 다짜고짜 반말로, 거짓말로 신고를 하면 큰 벌을 받게 되는데 이 이주노동자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거짓말을 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저는 어떤 근거로 이 이주노동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볼 수 있냐고 반문했고, 사업장에 있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해 봤냐고 물어봤습니다. 경찰은 시시티브이조차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신고자보다 사업주의 말에 더 신뢰를 두고 사건에 접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의 단편만 보아도 이주노동자는 무시되고 한국인의 말만 믿는 현실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중립적으로 사건을 조사해야 할 경찰도 이런 수준인데 다른 현장의 공무원들은 또 어떨까요?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사람으로서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자유롭게 살아야 하지만 2004년 만들어진 고용허가제 때문에 그런 기본적인 자유도 없습니다. 성희롱을 당하고, 월급도 밀려서 못 받는데도 사업장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면 그곳은 얼마나 지옥 같을까요? 그런데 이 일이 이주노동자에게는 버젓이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강요받는 것이 바로 이주노동자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주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소리치는 이유입니다. 사업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최저임금조차 깎지 말라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을 제공하라고 말입니다.

제도도 문제이지만 이주노동자를 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올발라야 합니다. 오는 14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로 모이려고 합니다. 평등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시면 어떨까요?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64304.html#csidx0d3828b275251db9388acc3ff11b8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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