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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외국인 코로나 전수조사 행정명령 소동의 단상

  • 기자명 인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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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9 18:51
  •  
  •  수정 2021.04.1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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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이주민들의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집담감염이 발생하면서, 지난 3월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인천시의 경우 5인 이상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고용된 모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한걸음 더 나가 서울과 경기는 1인 이상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결국 서울과 경기도의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이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는 대상이 되면서 차별적인 행정명령에 대한 비난이 확산됐다.

외국인에 대한 코로나 전수검사가 차별이라는 비난이 확산되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행정명령을 의무에서 권고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생각하고 싶은 지점이 있다. 각국 대사관들이 유감표시를 하고, 차별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3월 18일 BBC 코리아에 보도된 서울시 관계자 반응은 흥미로웠다.

그 관계자는 이전의 사례들을 언급하며 “서울시는 방역 상 위험도가 높은 불특정 다수에 대해 검사 이행 명령을 조치했으며, 그 경우에도 해당 집단의 안전선 확보를 위한 적극적 방역조치였다”라고 한 것이다.

즉, 지금까지 코로나 집단 감염에 대한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해왔던 방식대로 똑같이 하고 있는 건데 왜 갑자기 문제라고 하냐는 의미인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문제시 됐던 집단 감염에 대한 조처와 여론들을 다시 떠올려 보자. 종교·성적지향·정치·인종 등의 소수자들에게 감염이 일어날 경우 정부와 지자체는 사례들을 과도하게 집단화하고,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어떻게 행정명령이 수행되고 있는지 전시하는 방식의 패턴을 보였다.

문제를 일으킨 ‘집단’들을 호명하고, 그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행정적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다수의 시민들은 ‘관리자’들의 과도한 통제에 안심하고 ‘대상집단’에 대한 포비아(혐오)를 심화시키는 방식이었다.

즉 방역관리 시스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을지에 대한 관심을 문제적 집단에 대한 혐오적 관심으로 돌리는 효과를 십분 누려왔던 것이다.

사실 이주분야에서 이런 방식은 너무도 익숙하다. 일부 이주민이 일으킨 작은 범죄에도 이주노동자 또는 미등록 이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호명하며 과도하고 차별적인 행정조치들을 내 놓고 그 성과들을 전시해왔다.

하지만 그 효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 유행 초기 마스크 구입 대상에서 배제됐던 것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늘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된, 특히 ‘걸리면 추방’이라는 공식으로 정부에게 핍박만 받아온 미등록 이주민들이 도대체 무슨 신뢰를 가지고 마음 편히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외국인 전수조사가 차별이라는 여론 형성, 대사관들의 유감 표명 등으로 국가인권위원장이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으며, 각 지자체들은 결국 외국인들의 코로나 검사를 의무가 아닌 권고로 전환했다.

여전히 ‘외국인’을 호명하는 행정명령이 유지되고 있다는 지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홍보했던 K방역의 인종차별 이슈로 국제 망신을 산 것이 행정명령 전환의 결정적인 계기일 것이라는 마음이 한켠으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여론이 국내에 확산되고 결국 행정명령의 내용을 변화시킨 것은 주목할 성과이기도 하다. 이는 외국인들이 그저 타자 집단이 아니라 생활 속의 이웃이라는 시민들의 축적된 경험이 반영된 것은 아니었을까.

같은 일상을 공유하는 나의 가족과 직장의 동료들이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 만으로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정의에 즉각적인 거부반응으로 다가왔던 것은 아닐까.

이번의 소동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대처 방식에 큰 변화가 있긴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재난의 해결방식이 낙인과 차별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의 저변이 조금 더 넓어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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