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낯설던 거리 … 이제 이주민·내국인 서로 인사"
2015년 01월 07일 (수) 11:38:35 호수:205호 17면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 '다정다감 프로젝트'를 진행한 김해문화재단의 손민지(오른쪽), 박선미 씨.
김해문화재단 손민지·박선미 씨
지난해 다문화 '다정다감 프로젝트' 추진
다양한 행사 통해 소통의 계기 마련 성과

"6개월 전에 비해 동상동을 찾는 김해 시민들이 늘었어요. 외국음식점에서 계모임을 하는 시민들도 많아졌죠. 작지만 의미가 깊은 성과입니다."
 
(재)김해문화재단 행정지원팀 손민지(27), 박선미(25) 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이들은 지난해 5~11월 동상동 로데오거리 등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의 하나인 '다정다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는 '다정다감 워크숍', '토크인 김해', '다정다감 공작단', '별별이야기', '소소한식탁', '로데오 프린지 페스티벌'의 6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지역 주민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자발적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문화 다양성을 확산시키자'는 취지의 행사였다.
 
김해문화재단이 다정다감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은 과거 '김해의 중심지'였던 동상동이 이주민(외국인 주민)들의 중심지가 돼 버린 뒤 내국인들의 발길은 점점 끊기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프로젝트 담당자였던 손 씨는 "김해는 이주민의 비율이 높고 도시·농촌 복합지역인데다 인구 분포도 다양하다.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에 신청하기 전부터 '우리 지역이 갖고 있는 문화 다양성의 특징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했다. 소통 부재로 이주민과 내국인들의 오해와 편견이 자리 잡은 동상동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내국인들에게 '문화 다양성'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손 씨는 "문화 다양성은 지역의 다문화, 소수문화, 세대문화, 지역문화 등 다양한 의미를 포괄한다. 사업 주체도 장애인, 비장애인, 도시·농촌 주민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코디네이터인 박 씨는 "내국인들은 문화 다양성이라는 단어 자체를 낯설어했다. 이주민들만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더라. 프로그램 참여에 강제성과 보상이 없다보니 대부분의 내국인들이 사업에 참여하려 하지 않았다. 문화 다양성의 개념을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다정다감 프로젝트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8~10월 동상동 로데오거리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과 가족, 김해시민 들이 모여 함께 각종 축제를 즐겼다. '로데오 프린지 페스티벌'이었다. 축제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행사장 이곳저곳을 뛰어 다니며 웃음꽃을 피웠다. 지역 주민, 예술인 들의 공연을 지켜본 이주민들은 무척 즐거워했다. 여기에 체험단을 모집해 외국 음식점을 방문해서 다양한 음식을 즐긴 '소소한 식탁'은 낯설게 느껴졌던 외국 문화, 음식을 내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만들었다.
 
박 씨는 "요즘 동상동에 가면 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이주민들도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거리였지만 이제는 반겨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주민들과 내국인들이 허물없이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웃었다. 손 씨는 "소소한식탁에 참여한 체험단 단원들은 나중에 가족·친구들과 함께 외국음식점을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조차 열기 어려웠던 외국음식점의 벽이 허물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새해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한다. 2014년에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보완해 새해에는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이 지역에 완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 씨는 "지난해는 시작 단계였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나 시행착오가 많았다. 올해는 내국인과 이주민 뿐만 아니라 장애인, 비장애인 등 다양한 주체가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사업을 이끌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 다양성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세대, 성별, 국가를 뛰어넘어 친구가 돼 서로를 이해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다. 2014년에 문화 다양성의 씨앗을 뿌렸다면 새해에는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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