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1일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를 ‘외국인근로자들이 국내서 소비를 하지 않고, 해외 본국으로 80%가량 돈을 송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의 해외송금이 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를 상쇄한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을지로 철공소 거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상인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구인난을 호소하자 ‘외국인근로자’ 이야기를 꺼냈다. 홍 대표는 “우선 최저임금을 올리면 외국인근로자 임금도 같이 오른다”면서 “외국인근로자들이 돈을 벌면 그 돈의 80% 이상이 본국에 다 가지, 국내 소비를 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이 늘면 그게 소비로 갈 것으로 주장을 해왔는데, 실제로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의 소득은 전혀 소비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대하는 그런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 주장을 두고 일부 외국인노동자 혐오 현상에 기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흠집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6월 발간한 ‘2018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는 1962만7000여명이다. 통계청·법무부가 지난 20일 공개한 ‘2017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외국인 임금근로자는 80만명이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4% 수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를 463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외국인 임금근로자 80만명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고, 이번에 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는다고 가정해도 전체 5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치다.
또 이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국내 소비 여력이 는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 수준은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30만9000명(38.7%), 200만~300만원이 37만5000명(46.9%), 300만원 이상이 8만3000명(10.4%) 등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 소득의 ‘80%’ 가량을 해외송금한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부분도 근거가 희박하다. 앞의 통계청·법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상주 외국인들의 지출 부문 중 ‘생활비’가 40.7%로 가장 많았고, ‘국내·외 송금’은 24.9%에 불과했다. 그 다음은 저축 15.7%, 주거비 12.0% 등이다.
홍 대표가 이 같은 무리한 주장을 펼친 것은 최근 한국당 저변에 흐르는 기조에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홍 대표 체제의 한국당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식의 ‘보수적 애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지난 13일 발표한 제7차 혁신안에서 ‘외국인 근로자 제한과 서민 일자리 보호’를 언급하며 “이들(외국인노동자)은 여성·장년 등 서민 일자리를 빼앗고 이들의 임금도 하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청년은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는데, 외국인은 일자리 천국인 기현상이 벌어지는 실정”이라며 ‘외국인 인력 제한 정책 추진’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