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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이 12일 팔달구에 있는 리젠시 호텔에서 시민과의 열린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팔달구민 등 수원시민 약 500명이 참석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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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이 중국교포나 외국인 노동자 등 이주민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12일 오전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인권단체 등은 "사과로 들리지 않는다"는 반응이라 비판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염 시장은 지난 7일 영통구청에서 열린 '시민과의 열린 대화'에서 지난해 12월 중국교포 박춘봉씨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언급하면서 '안전한 도시'에 대한 설명을 하는 가운데 이주민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 염 시장 발언은 다음과 같다.

"불법체류 했는지는 모르지만,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에 쓰레기가 제일 엉망으로 버려져요."

"영통구는 (중국인이) 1000명이 안 돼요. 영통구는 또 블루칼라가 아니라 화이트칼라 위주의 외국인이 사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영통구는 다른 데보다 훨씬 더, 데이터만 보면 안전한 동네예요."

"염 시장, 모든 강력범죄를 미등록 이주민이 저질렀나"

이주민·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이같은 염 시장의 발언을 두고 "모든 강력 범죄를 이주민, 특히 미등록 이주민이 저지른 것처럼 들리게 한다"라면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비인권적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공대위는 또한 12일 팔달구 리젠시 호텔에서 열리는 '시민과의 열린 대화'에서 이를 규탄하는 '피켓시위' 등을 예고했었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염 시장은 11일 오후 공대위를 만나 공개 사과하기로 약속했고, 공대위는 12일에 예정됐던 피켓시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염 시장은 12일 '시민과의 열린 대화'에서 "의도와 다르게 이분들(이주민들)에게 혹시라도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발언을 해서, 차별로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이주민 단체 등에게) 사과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기희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염 시장 발언 직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만 강조했지, 실제로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라면서 "공대위의 주장이 담긴 논평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라고 밝혔다.

"수원시, 포용정책 천명했어야"

안 집행위원장은 또한 지난해 12월 중국교포 박춘봉씨가 저지른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이후 수원시가 내놓은 '범죄 예방대책'을 두고 '(염 시장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 부족이 드러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수원시는 최근 "불법 체류 외국인들의 흉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불법 체류자 전수조사를 하는 등 이주민 관리를 강화하고, 특별방범기동순찰대까지 운영하는 등 강도 높은 정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안 집행위원장은 "작년에만 이주여성 6명이 남편의 폭력 등으로 사망했다"라면서 염 시장이 "(사과 발언을 하면서) 잡아들이는 정책이 아니라 포용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역시민단체는 지난 5일 수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체류자 전수조사라는 명목 아래 미등록체류자를 단속하고 추방하겠다는 발상은 외국인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 예방대책을 즉각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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