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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이주노동자 블랙리스트 / 섹알마문

등록 :2018-02-21 18:44수정 :2018-02-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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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 지난 정권 국정농단과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이후로 우리 사회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계속 터져 나왔습니다. 그중에 블랙리스트가 세간에 알려져서 사람들을 많이 놀라게 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주노동자 출신 블랙리스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블랙리스트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14년 전 한국인과 결혼하고 방글라데시로 귀국한 뒤였습니다. 다시 한국 정부에 비자 신청을 하고 한국에 들어오려고 했을 때 입국이 거부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입국이 거부된 이유를 방글라데시 주재 한국대사관에 물어보니 제가 입국금지 1년이 걸려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는 이것이 어떤 법에 있어 적용되는지 몰랐고,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살다 귀국하면 5년 동안 한국에 입국할 수 없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뒤 무사히 다시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살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투쟁하다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강제추방이 되었고, 여전히 한국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3년 명동성당 이주노동자 농성을 주도했고 강제연행돼 출국당한 비두 동지를 비롯해 누구보다 열심히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외쳤던 마숨, 라주, 까지만, 토르너 등 많은 이주활동가들이 1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다시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스탑크랙다운’ 밴드의 리더인 미누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 한국에 공정무역 관련 일로 입국하려고 하였으나 인천공항에서 입국거부 되었습니다. 심지어 미누는 네팔 현지에서 한국 비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미누가 출국한 게 2009년이니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 출입국의 벽은 매우 높았습니다. 그 소식을 들으면서 이주민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든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고 본인뿐만 아니라 전체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서 열심히 투쟁했던 사람들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을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강제추방 시키고,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입국금지 5년이 한참 지나도 재입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주노동자 블랙리스트’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많은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 같은 적폐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블랙리스트’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런 문건이 존재한다면 관련된 사람들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누구라도 블랙리스트라는 이유로 차별과 탄압을 당하면 안 될 것입니다. 피해입는 사람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33088.html#csidx7253571d76a0c3dae49316d61f181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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