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70

성폭력 당해도 고용부 신고 기피…여성 이주노동자들 웁니다

등록 :2018-10-05 05:00수정 :2018-10-05 08:46

  • 페이스북
  • 트위터
  • 스크랩
  • 프린트

크게 작게

불법체류 추방 우려에 언어장벽
최근 5년간 고용부 접수 19건
국내 체류 2만4천명 중 ‘극소수’

인권위 조사결과 11.7% “당했다”
고용부 조사선 피해 응답 0.5%뿐
‘사업주 처벌’ 소극대처에 불신감
지난 7월31일 경남이주민센터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노동자들이 근래에 당한 성추행·성희롱과 폭력·부당노동행위, 집단폭행 등의 사례를 공개했다. 경남 밀양의 한 깻잎농장에서 일해온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 ㄱ(25)씨와 ㄴ(24)씨는 이 자리에서 사용자인 ㄷ씨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지난 7월31일 경남이주민센터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노동자들이 근래에 당한 성추행·성희롱과 폭력·부당노동행위, 집단폭행 등의 사례를 공개했다. 경남 밀양의 한 깻잎농장에서 일해온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 ㄱ(25)씨와 ㄴ(24)씨는 이 자리에서 사용자인 ㄷ씨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지난 3월, 농장에서 일하던 여성 이주노동자 ㄱ씨는 사업주를 충주고용노동지청에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사업주는 ㄱ씨의 엉덩이를 손으로 여러차례 치거나 휴대전화로 성희롱 문자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참다못한 ㄱ씨는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고, 다른 일터로 옮길 수 있었다. 가해자인 사업주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주노동자 가운데 ㄱ씨처럼 용기를 내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4일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지난 7월까지 최근 5년 동안 고용부에 접수된 이주노동자의 ‘직장 내 성폭력’ 피해 건수는 19건(피해자 22명)에 그쳤다. 한국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는 1만7천여명(2018년 7월 기준)이다. 법무부가 파악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2만4천여명에 이른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실시한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385명 가운데 45명(11.7%)이 성희롱·성폭행을 겪었다고 대답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같은 해 농업 분야의 여성 이주노동자 202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를 조사했을 때도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힌 노동자는 12.4%(25명)에 이르렀다.

이는 곧 여성 이주노동자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은 직장 내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상당수 피해자가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성희롱·성폭행을 겪었다고 응답한 45명 가운데 ‘고용부 신고’로 대응한 이는 단 1명이었다.

이주노동자가 성폭력 피해를 겪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 쫓겨날 수 있다는 두려움 탓이 크다. 현행 고용허가제도상 이주노동자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성폭력을 이유로 사업장을 옮기려면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주노동자가 성폭력 피해를 신고해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것도 문제다. 5년 동안 고용부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사건 19건 가운데 17건은 사업주나 관리자가 가해자로 지목됐으나, 구속된 사례는 동료 이주노동자가 가해자였던 1건 뿐이다. 8건은 사업주가 과태료를 부과받거나 피해자가 사업장을 옮기는 선에서 정리됐다. 가해자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경우는 10건이었다.

최근 정부는 이주노동자가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면 일단 사업장을 옮긴 뒤에 조사를 받도록 ‘긴급 사업장 변경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폭력 피해 입증은 내국인에게도 힘든 일”이라며 “자칫하면 입증도 못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자신이 신고한 가해자와 계속 일해야 할지 모르는데 이주노동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고용부가 뒤늦게 낸 대책은 사후약방문 식이다.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과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법적 조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64558.html#csidxe1b13d1521731ecb35d4881acd8c374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2050 전국이주노동자 투쟁대회 file
이주후원회
23266   2004-04-27 2004-04-27 00:11
불법체류 외국노동자 합법화 촉구 민주노총은 서울 종묘공원에서 강제추방 저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8월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적용 범위 확대를 촉구했습니다. 민노총은 현행 제도...  
2049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강제추방.인격모독 등-자살 속출
이주후원회
23186   2004-05-05 2004-05-05 01:19
[뉴시스 2004-05-03 11:54] 【안산=뉴시스】 정부가 5월부터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집중 단속을 벌이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또 다시 산업현장을 떠나 대거 잠적하고 있다. 게다가 불법체류 신분으로 직장에서 한국인 동료 및 사장...  
2048 학교밖 떠도는 '어린 이방인' file
이주후원회
22804   2004-04-27 2004-04-27 00:20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 "우리도 교육받고 싶어요" 경기 ㅅ초등학교 3학년 빌궁(13)은 몽골 어린이다. 3년 전 부모님을 따라 우리 나라로 와 교육을 받고 있다. 나이로는 6학년이어야 맞지만, 학교쪽의 학력심사 결과에 따라 저학...  
2047 미누 추방되자 멤버들 한때 망연자실 이주노동자의 삶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
이주후원회
22778   2009-11-15 2009-11-15 23:35
미누 추방되자 멤버들 한때 망연자실 이주노동자의 삶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 지난 23일 강제 추방된 이주노동자 미누 씨. 이주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리드보컬인 그는 18년간 한국에 살면서 20대와 30대를 보내며 노래...  
2046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과제" file
이주후원회
22342   2004-04-28 2004-04-28 12:26
▲ 부산외국인 노동자 인권 모임 정귀순 대표 [오마이뉴스 2004-04-27 15:14]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 가야만 합니다. 이주 노동자 문제가 인권문제로 불리는 것은 한국 사회의 낮은 인권지표를 보여주는 것...  
2045 이주노동자 ‘생이별 공포’ file
이주후원회
21992   2004-04-29 2004-04-29 20:39
[한겨레 2004-04-28 18:58] 아내는 합법-남편은 불법체류 안산의 한 공장에서 7년 동안 일해온 스리랑카인 아산타(30)는 아내, 네살짜리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얼마 전부터 일을 그만 두고 집에서 숨어지내고 있고, 아내가...  
2044 전형남 김해경원고 교사 눈길 끄는 석사논문으로 본 이주노동자와 상업지역 변화
이주후원회
21323   2015-02-25 2015-02-25 21:44
10년 전 비해 상점 90%가 바뀌어전형남 김해경원고 교사 눈길 끄는 석사논문으로 본 이주노동자와 상업지역 변화2015년 02월 25일 (수) 09:48:19 호수:211호 6면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술집 위주 종로길 상권 국제화 추세...  
2043 1만3천 번의 기적이 일어난 곳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file
이주후원회
21273   2005-07-26 2005-07-26 14:15
1만3천 번의 기적이 일어난 곳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레이버투데이 2005-07-25 16:35] 양푼비빔밥과 시원한 수박이 테이블마다 한상 가득 놓여졌다. 7월22일,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의 개원 한 돌을 맞아 차려진 조촐하지만 정...  
2042 외국인근로자가 본 다문화] 경제 기여는 자긍심 … 차별엔 거부감
이주후원회
21091   2013-08-16 2013-08-16 21:02
외국인근로자가 본 다문화] 경제 기여는 자긍심 … 차별엔 거부감 2013-08-13 오후 1:32:28 게재 //var ti_banner_width = 720; var ti_banner_width = window.screen.width/2+70; var ti_banner_top=130; 98%는 "한국경제에 도움"...  
2041 구미 외국인 고용사업장 노동법 위반 무더기 적발
이주후원회
21048   2013-07-10 2013-07-10 21:24
구미 외국인 고용사업장 노동법 위반 무더기 적발 ... 대구지방고용청 구미지청은 외국인 다수 고용사업장에 대한 점검을 벌여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 47건을 적발, 제조업체 5곳과 농축산업체 1곳에 대해 각각 시정조치했다고 2일...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