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문] 이상민 "아시아의 등대, 새로운 이주민 센터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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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장 이상민 신부 ,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인터뷰



새해에는 불평등과 차별이 없기를!

그래서 일한만큼 정당하게 대우받으며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분들 계시죠.

이국 땅에 와서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주민들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PBC 초대석에서 만나볼 이 분은 이주민들을 위해 애써 온 공로로 국내 대표적인 인권 단체인 인권연대가 주는 제 5회 종교자유인권상을 수상하신 분입니다.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상민 신부 만나봅니다.



- 신부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새해 인사 겸해서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종교계가 아닌 시민단체에서 저희에게 주신 상이라 특별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제 5회 종교자유인권상을 제정해 시상하는 곳이 국내 대표적인 인권단체인 인권연대인데요. 의정부 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이 상을 받게 된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거라 봅니다. 신부님께선 수상 이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세요?

▶아무래도 종교 안에서도 이주민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많이 있는데 저희가 받게 된 것은 첫번째는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저희들이 갖고 있는 장점이나 특징들이 몇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로 저희가 지자체라든가 정부의 운영비 지원을 받지 않고 교구 전입금하고 개인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아무래도 저희가 지향하는 목적 사업들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고요.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이주민들의 의료 지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었는데 그런 것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혹시 상금도 받으셨어요?

▶예. 300만원 받았습니다.



- 상금은 어디에 쓸 계획이세요?

▶저희가 내년도에 파주지역에 `아시아의 등대`라는 이주 센터를 새로 건립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립액으로 모두 기부할 예정입니다.



- 신부님께서 이주사목위원장 소임을 맡게 된 건 얼마나 되셨어요?

▶그렇게 길지는 않습니다. 제가 2012년 11월부터 임명을 받아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어떤 활동을 주로 해 왔고, 하고 있는지 소개를 좀 해 주시겠어요.

▶우선 천주교 안에서 이주사목은 대부분의 교구들이 하고 있고요. 저희 교구같은 경우는 경기 북부 지역에 위치하다보니까 아무래도 영세한 공장들이 많이 있고요. 수도권 주변에 있는 시설 농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역시 그곳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고요. 또 도시 지역에 많이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들의 가족들도 만남을 갖는 이주민들입니다. 그렇게 저희 교구에서는 이주 사목에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었죠.



- 의정부교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주민 센터가 세 곳정도 된다고 제가 들었습니다만 어디 어디에 센터 세 곳이 운영되고 있는 겁니까?

▶저희가 8지구까지 있는데요. 1, 2지구가 구리, 남양주 지역입니다. 구리에 센터 한 곳이 있고요. 3, 4지구 의정부, 양주, 동두천, 연천 지역을 대표하는 의정부에 센터가 있고요. 고양시 파주시가 5, 6, 7, 8지구에 해당하는데 파주에 저희 센터가 있습니다.



- 파주에 센터가 있는데 또 파주에 `아시아의 등대`라는 프로젝트로 건립이 새로 추진 중에 있는 거죠?

▶예. 그래서 사실상 파주의 기존에 센터를 옮기는 작업이 되는 것이고요. 기존에 하던 사업을 확대해서 조금 문화콘텐츠를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주 센터를 지을 예정입니다.



- ‘아시아의 등대’라는 이름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작명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는 서혜성 교수께서 해주셨고요. 이분께서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프로젝트도 기획하셨던 분이세요. 그래서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데.. 저희가 만드는 센터가 지금 현재로서는 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이주 온 이주민들에게 뭔가 빛이 돼서 길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길 바라는 것이고요.

장기적으로는 그 분들이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각 국가나 각 지역에서 이주민들을 환대하는 활동이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이름을 지으셨다고 들었습니다.



- 이주사목위원장으로 일하시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 사목 활동하시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많이 보람이 잇고 그런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작년에 한 태국 여성 이주노동자가 화훼 농가에서 일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급하게 수술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분은 등록기간이 지난 미등록 이주노동자죠. 소위 말하는 불법체류자요. 총 수술비가 3000만 원 정도 나왔거든요.

그런데 본인이 낼 수 있는 돈은 몇 백만원 안됐고 그래서 지인들하고 태국 근로자들이 돈을 모아주고 화훼농가 사장님이 돈을 보내서 일정 금액을 마련했고요. 이런 미등록 이주민을 돕는 건강협회에서 지원을 해주셨고.. 저희 교구가 지원을 해서 이 분의 수술비를 충당을 했습니다.

그리고 잘 완쾌가 되셨고 며칠 뒤에 저희 센터를 사장님 내외와 함께 찾아오셨어요. 그러면서 정말 큰일 날뻔 했는데 여러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다시 살게됐다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장면에서 사장님들하고 노동자들하고 잘 지내는 케이스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갔던 적이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 이주노동자들과 고용주인 국내 사장님이라고 할까요? 같이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작은 나눔이라도 통해서 하니까 이게 사랑으로 열매를 맺는군요. 건강 회복도 되고요..

▶현재는 고국에 돌어가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 고국으로 돌아갔습니까?

▶예.



- 반면에 이주 사목 활동하시면서 느끼는 어려움도 여러가지일 것 같아요.

▶사실 이건 저 뿐만 아니라 시민 단체 중에서도 이주민을 위해 활동하시는 분은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최근에 이런 뉴스 보도에 나오는 것 처럼 이주민 범죄가 좀 부각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외국인 혐오증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특히 온라인을 통해서 굉장히 빠르게 확산되는 것 같고요.

그 다음 문제는 사전에 말씀드린 것 처럼 미등록 체류자들의 의료 문제거든요. 우선 아직 우리나라가 다 정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 생명이 위독한 사람에 대한 건강권은 가장 먼저 조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가 선진국들처럼 응급 환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완비가 되지 않아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굉장히 많은 재원과 노력이 들어가야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 아무래도 그런 현실을 맞부딪히게 되면 신부님도 상당히 가슴 속으로 답답하시겠어요..

▶예. 참 많은 노력을 들여야되거든요.



- 지난해 7월에는 국회 앞에서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셨죠.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라는 게 어떤 문제가 있기에 1인 시위까지 하셨어요?

▶제목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이주 노동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받아야되거든요. 그런데 근로기준법 상으로는 토직 후 14일 이후에 받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출국 후 퇴직금 수령 제도에 의하면 출국을 해야 출국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받을 수 있거든요. 실제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을 경우는 받지 못하는 차별이 발생하는 거거든요.



- 소위 말하면 퇴직금 받으려면 반드시 출국해야되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시네요.

▶예. 그렇죠.



- 참 어처구니 없는 상황입니다. 이게..

▶정부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근로기준법이라고 하는 법을 적용받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 제도적인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심으로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 어떻게 지금은 개선이 좀 이뤄졌습니까? 아니면 현재 상태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건가요?

▶안타깝게도 작년 12월 정기국회에서 재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었고요. 올 2월 이후에 국회에서 논의가 되고 재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아는 관련 국회의원한테 들은 바가 있습니다.



- 고용주측에서 출국 만기보험금을 제때 신속하게 신청하지 않거나 횡령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가 있겠군요.

▶예. 간혹 그런 사례가 접수가 되고 있습니다.



- 결국 이주노동자들이 제때 받아야 할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거군요 꼭 이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요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도 그렇구요. 이주노동자들이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데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던데, 왜 그런건가요?

▶우선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가 사실 이주노동자들이 계시지 않고서는 경제가 순환되지가 않거든요. 그렇다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당한 보수들을 지급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하는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려는 사회 전반의 심리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렇다보니까 고용허가제라는 이름처럼 고용주의 입장이 상당히 반영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주민 관련 단체들은 노동허가제로 전환해야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지금 고용허가제의 문제라면 어떤 점을 적시할 수 있겠습니까?

▶고용허가제에서 가장 빨리 변경되어야 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제한 사항입니다. 자기가 이러저러한 사유가 있어서 회사를 바꾸고 싶어도 고용주가 사인을 해주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변경할 수 없거든요.

그리고 만약에 사인 없이 다른 공장에 이동을 하면 바로 불법체류 신세로 전락을 합니다. 이런 것이 아주 여러가지 노동자들의 인권을 제약하는 사안이 되고 있고요.. 또 하나는 농어촌 이주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고 못하는 겁니다. 그 사유는 근로기준법 63조가 농어촌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한다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 이것도 차별적인 요소가 강하네요.

▶굉장히 심하죠. 왜냐하면 이 근로기준법이 1950년대 후반에 제정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당시 한국 농촌하고 지금의 농촌은 굉장히 다르거든요.



- 다르죠. 지금 그때와 비교해보면..

▶사실 하우스 같은 경우는 1년 사계절 다 일하고 있고.. 농한기라고 할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일하는 기계처럼 여러 건강의 위험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쉬지도 못하고 돈도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게 올해로 11년째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던데, 노동허가제가 실시돼야 하는 이유, 노동허가제라는 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합니까?

▶사실 어떤 정의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일반적인 노동허가제의 내용은 합의된 것은 사실 뚜렷하게 없습니다만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이 노동자의 인권.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가 중심이 된 제도가 되어야지 고용자의 고용을 위한 제도에서는 계속된 부조리와 인권침해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각종 보험이라든지 건강과 관련된 제도들. 이런 것들이 인권이 전제가 될 때 보다 바람직하게 제정이 될 것이라고 저희는 바라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노동 중심의 노동허가제라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죠.



-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얼마 전에 우리 이주민 노예 노동에 대한 비판을 따끔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우리나라가 좀 바뀌어야 할 것 같군요. 신부님 말씀 들어보니까요..



▶그렇습니다.



- 이주사목 활성화를 위해 교회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세요?

▶저는 우선 역대 교황님들의 문헌들을 보면 우리가 사목 헌장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언급을 해오고 있거든요. 단순한 이민자도 있지만 이주노동자들. 이주 아동에 대해서도 교회는 계속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가 중산층화되어가면서 알게 모르게 기득권층에 더 관심사가 기울여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근본으로 돌아가서 며칠 전에 성가정 축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바로 성가정도 이집트에 피난 생활을 했던 이주민 가정이거든요. 더구나 예수님은 공생애를 하신 이후로 방랑자 생활을 하셨죠. 또 초대 교회들 유럽의 수도원 전통은 늘 나그네라는 관점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환대가 가장 중요한 자세였고요.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서 이주민과 더불어 사는 것이 자선의 개념이 아니라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보편적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고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 말씀이 와닿습니다. 그리고 역시 따로 또 같이 함께 생활하고 살면서 살아가는 게 보편적 사랑의 가치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오늘은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상민 신부님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예,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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