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 "우리도 사람이다…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숨진 외국인노동자 유족 "잘못 없다는 사업주에 화나"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2017-08-20 15:37 송고
전국 이주노동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결의대회에서 노동기본권 보장 및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17.8.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최근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이 안 된다는 점을 비관해 목숨을 끊거나 근무 도중 숨지는 일이 잇따르자 이주노동조합이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제도"라며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주노조는 20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한국에 100만여명의 이주노동자가 있지만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이주노동자들도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한국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의 유족들도 참여했다.

고용허가제는 합법적 이주노동자 고용을 위한 제도로 한국인 고용주가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신청하면 정부가 취업비자를 받아 외국인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이직하려면 사업주의 허가를 받거나 사업장에 폐업, 임금체납 등 문제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악용한 사업장들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도 평등한 대우를 받고 일할 권리가 있다"며 "사업장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는 고용허가제 때문에 얼마전에도 네팔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6일 충북 충주시의 한 자동차부품회사에서 근무하던 네팔인 노동자 케서브 스레스터씨(27)는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 되고 네팔에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 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7일에는 경기 화성시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네팔인 노동자 다벅 싱씨(25)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결의대회에 참여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열악한 환경과 짐승보다 못한 인권침해에 이 시간에도 이주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다"며 "고용허가제는 무한착취를 용인하는 노예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전세계 노동자들은 누구나 이주노동자가 될 수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부여받는 인권이다"며 "사업장 선택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이주노동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결의대회에서 노동기본권 보장 및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17.8.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 5월 경북 군위의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도중 사망한 네팔 노동자 테즈바하 두르구룽씨의 형 발 바하드르 구룽씨(29)는 "내 동생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돼지 배설물을 치우는 작업을 하다가 가스에 중독돼 목숨을 잃었다"며 "우리도 사람이다. 이주노동자가 노예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동생이 일한 사업장 사장은 처음에는 '마음이 아프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지만 나중에는 '사업장 잘못이 없다'며 동생의 부주의로 몰아갔다"며 "한국 정부는 이런 사업장은 당장 폐업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주노조는 이날 결의대회를 마치고 보신각에서 서울노동청으로 행진하며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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