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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돌아가 공감 같은 인권변호사 단체 만들 터”

등록 :2018-02-18 18:31수정 :2018-02-1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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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재일동포 3세 김창호 변호사

김창호 변호사
김창호 변호사

“정권 교체가 안 되는 일본에서 살아 그런지 지난 1년간 한국의 변화가 정말 빠르게 느껴져요. 긍정적 변화도 있지만 충남 인권조례가 폐지된 걸 보면 보수 쪽도 다이내믹한 것 같네요.”

지난 5일 <한겨레>와 만난 재일동포 3세 김창호(34) 변호사가 지난 1년간 보고 듣고 느낀 한국의 총평은 ‘빠른 변화’다. 1984년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지난해 2월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4년 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한 달 동안 인턴 활동을 했지만, 좀 더 깊이 한국 인권변호사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었다. 지난 1년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특별회원으로 가입해 국제연대위원회, 공감 등과 교류했고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동천에서 일하기도 했다.

세계화·국제화를 ‘국내 외국인과의 공생’으로 보는 김 변호사는 이주민·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태도에 주목했다. “한국은 아직 세계화·국제화를 미국에 유학 가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본과 달리 난민법이 있지만, 한국에서 외국인 수가 늘어나면서 혐오가 가시화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아요. 일본인들이 재일동포에 반발하는 건 오랫동안 일본 사회에 대규모로 살면서 영향력까지 가졌기 때문이거든요.” 성소수자 ‘혐오의 가시화’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일본에 재일동포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가 있다면 한국은 성소수자 혐오가 심각해서 이들을 위한 법을 발의하는 것도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바뀌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한국에 더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시민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가 인권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독재와 민주화 경험 때문인지 시민단체가 활성화돼 있어요. 일본은 변호사협회가 공익기구로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는 있지만, 변호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 인권활동을 할 여유가 없어요. 인권변호를 전담할 단체가 필요한데 시민 후원이라는 한국 모델이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가면 공감 같은 인권변호사 단체 설립을 생각하고 있단다. 지난해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낸 <인권판례평석>도 희망의 신호로 봤다. “인권변호사가 헤이트 스피치를 지적해도 판단을 하는 건 판사이기 때문에, 판사들이 인권과 국제인권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는 건 큰 의미가 있어요.” 그는 이 책을 일본어로 번역할 예정이다.

그의 행보는 한국 근현대사와 맞닿아 있다. 경북 군위군에서 태어난 조부는 일제강점기인 1927년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떠나 오사카 부락에서 생활했다. 아버지 김경득 변호사는 1976년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외국인은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수 없다는 ‘차별’에 부딪쳤고 투쟁 끝에 한국 국적 1호 일본 변호사가 됐다. 재일동포 국민연금 소송, 지문날인 철폐 소송 등 재일동포 인권을 위해 싸웠던 아버지는 자녀들의 한글 이름과 모국어 사용에도 엄격했다. “많이 승소하지는 못했지만, 사법시험 공부할 때 나올 정도로 의미 있는 판례를 남긴” 부친이 2005년 별세하자 변호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굳혔고 다음해 사시에 합격했다.

일본 첫 한국적 변호사 아버지 
별세 뒤 부친 길 따르기로 결심 
시카고대 로스쿨 들어간 뒤 
국제인권 눈뜨며 인권변호사 길

“재일동포 문제엔 국제압력 필요 
동아시아 인권·평화 공동체가 꿈”

2008년 유명 법무법인 모리 하마다에 입사했지만 2012년 시카고대 로스쿨 진학 뒤 국제인권에 눈뜨게 되면서 한-일, 재일동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시카고대 로스쿨의 지원을 받아 ‘휴먼라이트나우’라는 일본 시민단체 사무국 차장으로 일하며 외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인권침해를 폭로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유엔 마이너리티 펠로십에 선발돼 3개월간 어떻게 소수자들이 유엔 인권 규범을 활용할 수 있는지 배웠고, 실제 재일동포 혐오발언 관련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해 혐오발언 등의 시정을 일본에 권고했다.

3월부터 대만 둥우(동오)대 인권센터 연구원으로 1년간 활동할 예정인 그의 시야는 한-일 문제를 넘어 동아시아 인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버지는 한-일 관계와 관련된 활동을 했지만, 저는 관점을 더 넓혀보고 싶어요. 일본 기업의 해외 인권침해 문제를 다룰 때도 한국, 중국 기업과 원하청으로 얽혀 있어 한 나라에서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어요. 한국과 중국·대만, 일본의 연대를 통한 동아시아 평화·인권 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글·사진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832583.html#csidx7b7e7fc1ae7d3508aae64bf1a2b1e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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