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70

[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성실‘근로자’ 재입국 막는 고용허가제 / 섹알마문

등록 :2018-04-18 18:30수정 :2018-04-18 19:41

  • 페이스북
  • 트위터
  • 스크랩
  • 프린트

크게 작게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 산업연수생 제도에서 고용허가제로 바뀌고 난 뒤에 한국 사회에서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전에 비해 입국할 때 브로커 문제나 비싼 송출비용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에서 많은 노력을 한 뒤 한국에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매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인터넷 접수를 통해서 한국어능력시험을 신청하지만 그중에 극히 일부만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려는 신청자가 14만4천명이었는데 8600명만 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현지에 있는 한국어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처럼 브로커에게 돈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그 대신 한국어학원에 많은 돈을 내야 합니다. 한국어학원들의 교육비도 별도의 규정이 없어서 천차만별입니다.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한국에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다른 나라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법을 보면 이주노동자가 4년 10개월 동안 한 공장에서 계속 일을 하게 되면 3개월 출국 이후에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를 통해 재입국하면 동일한 공장에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 역시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주노동자가 아무리 한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더라도 다시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지금까지 한 이유는 S라는 제 방글라데시 친구가 실제로 겪었던 경험을 들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S는 의정부의 한 공장에서 한 번도 사업장을 바꾸지 않고 계속 일을 했고 올해 4월 말에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를 통해서 본국에 갔다가 다시 한국에 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S가 다니던 공장의 사업주가 다른 이주노동자를 불법파견한 사실이 고용센터에 적발이 되었습니다. 고용센터에서는 사업주에게 1년 동안 신규 이주노동자 고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S가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를 신청하는 기간 동안 사업주의 고용제한 기간이 겹쳐지면서 S는 비자 신청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주노동조합에서 S와 함께 고용센터를 찾아가서 몇 차례 면담을 했지만 고용센터에서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했습니다. S는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를 통해서 한국에 다시 일을 하러 오는 꿈을 꿨지만 사장의 잘못으로 인해 그 꿈마저 물거품이 될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는 산업연수생 제도 다음에 고용허가제를 만들고 잘 만든 제도라며 자화자찬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 고용허가제는 사업주에게 모든 권리가 주어져 있습니다. 심지어 사업주의 잘못임에도 이주노동자가 피해를 받는 위와 같은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아무 잘못이 없는데 피해를 입는 사례는 앞으로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고용허가제가 아닌 이주노동자들이 바라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하는 날이 하루빨리 와야 할 것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41145.html#csidxbbc5d41a68bbbdd807c50b5714394b4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2020 폭행·감금에도 일터 못 옮기는 이주노동자 "노예와 다름 없어"
이주후원회
2455   2020-10-20 2020-10-20 10:32
폭행·감금에도 일터 못 옮기는 이주노동자 "노예와 다름 없어" 입력2020.10.18. 오후 8:26 손가영 기자 SNS 보내기 문제 사업장 즐비, 직장 이동 권리 없어 “150만원 내라”는 사업주… 신체·노동 자유 침해하는 ‘위헌’ 고용...  
2019 강은미 "어업 이주노동자 90%, 1년 중 하루도 못 쉰다"
이주후원회
2422   2020-10-20 2020-10-20 10:31
강은미 "어업 이주노동자 90%, 1년 중 하루도 못 쉰다"송고시간2020-10-19 10:11 공유 댓글 글자크기조정 인쇄 이상서 기자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최근 국내 이주 선원 가운데 90%가 1년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을...  
2018 탐욕·이기주의·사재기…‘백신 민족주의’ 암초에 코로나 탈출서 좌초 위기
이주후원회
1602   2021-02-02 2021-02-02 19:22
탐욕·이기주의·사재기…‘백신 민족주의’ 암초에 코로나 탈출서 좌초 위기 [중앙일보] 입력 2021.02.02 09:50 수정 2021.02.02 10:10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확보와 공급이 부자나라와 개발도상국간에 현저한 차이를 보이...  
2017 "제 방에 맘대로 드나드는 사장님.." 동료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비닐하우스에 발 묶인 이주노동자들
이주후원회
1508   2021-04-12 2021-04-12 12:51
KBS는 대한민국 공영 방송 서비스입니다. 위키 백과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더라이브_현장취재"제 방에 맘대로 드나드는 사장님.." 동료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비닐하우스에 발 묶인 이주노동자들 [KBS 210311 방송]https://you...  
2016 "우리나라는 분명 대한민국인데요, 저는 불법체류자래요"
이주후원회
2504   2020-10-20 2020-10-20 10:31
"우리나라는 분명 대한민국인데요, 저는 불법체류자래요"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 우리 안의 그들의 이야기] 9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기본권향상을 위한 네트워크 | 기사입력 2020.10.19. 09:37:00 사회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한...  
2015 외국인에 코로나19 치료비 부과 논란
이주후원회
2978   2020-07-24 2020-07-24 18:34
외국인에 코로나19 치료비 부과 논란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2020년 07월 24일 금요일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구글+ 기사공유하기 글씨키우기 스크랩 프린트 정부 감염병예방법 손질 언급 민주당, 개정...  
2014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명사, 람페두사
이주후원회
3289   2020-07-24 2020-07-24 18:34
[글로벌칼럼] (62)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명사, 람페두사 / 존 알렌 주니어 선출 후 첫 사목방문지 매년 기념하는 미사 봉헌 교황의 상징·본질로 가득 찬 사회와 복음화 의제 대명사 많은 사건과 희로애락이 가득한 역사 안에서...  
2013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 신청자 본국 송환
이주후원회
2874   2020-07-24 2020-07-24 18:33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 신청자 본국 송환 앙골라 정부의 탄압으로 한국에 왔으며, 한국 행정 당국의 2시간 면접으로 공항에서 287일을 살았다. 지금도 40여 난민이 공항에 살고 있다. 원본보기 ©시사IN 신선영‘콩고 출신 ...  
2012 "퇴근이란 말이 나와?" 쇠파이프로 협박·폭언
이주후원회
2784   2020-07-24 2020-07-24 18:41
"퇴근이란 말이 나와?" 쇠파이프로 협박·폭언 기사입력2020.07.20. 오후 8:59 최종수정2020.07.20. 오후 9:38 네이버 동영상 플레이어 "퇴근이란 말이 나와?" 쇠파이프로 협박·폭언 14,234 09:14재생시간, 이 동영상의 길이는 9분 14초...  
2011 2명 중 1명 사망 밀폐공간 질식사고…전문가 "위험현장 접근 어렵게 하고 이주노동자 교육해야"
이주후원회
3483   2020-07-24 2020-07-24 18:37
2명 중 1명 사망 밀폐공간 질식사고…전문가 "위험현장 접근 어렵게 하고 이주노동자 교육해야" 입력 2020-07-19 13:22 수정 2020-07-19 14:20 지난달 27일 근로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대구시 달서구 한 재활용업체 맨홀에서 119 ...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