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체류 안정이 급선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사무처장

“이주여성만의 유리천장 깨야”
서울시 위탁 ‘이주여성 전문상담센터’ 운영

성별 권력과 성차별이 공고하면 한국인도 가정폭력 문제 해결이 어렵듯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가정폭력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인 남편이 국적이라는 제도적 통제를 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제결혼 가정에서 폭력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나요. 일단 결혼이주여성이 스스로 체류를 안정화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6일 서울 숭인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만난 허오영숙 사무처장은 “결혼이주여성의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오 처장은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9년에 비해 2012년 다문화가족 지원기관은 늘었으나 차별 경험 또한 더 늘어났다”며 “이주민을 분리하고 낙인화하는 경향이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2001년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부설 ‘외국인 이주여성노동자의 집’으로 설립된 후 다음해 2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독립해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2003년 2월 이주여성인권센터로 단체명을 바꾸고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가정폭력 상담과 법률지원, 각종 교육·문화 활동을 이어왔다.

2009년부터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 중 이주여성 문제를 다루는 곳은 서울과 대구의 이주여성인권센터가 거의 유일하다. 올해 상반기까지 교육이 진행돼 해마다 5년간 100여 명의 상담원이 배출됐고 그중 이주여성의 수는 70∼80여 명에 이른다. 가정폭력 상담원뿐 아니라 인권전문가 양성과정도 진행했다. 전국 6개 지부와 함께 동시에 진행한 이 교육은 이주여성 역량 강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대부분 상담 활동을 하거나 인권강사, 폭력 상황 시 통·번역 서비스 활동을 하게 된다. 허오 처장은 이주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고 있는데도 통·번역 등 특정 영역에만 치중되는 데 대해 “유리천장과 똑같다”고 우려했다.

“사무처 활동가 중 이주여성 비율이 절반쯤 됩니다. 사무실에는 중국과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쉼터에도 중국 출신 여성이 1명 근무하고 있어요. 지부 중에는 이주여성 활동가가 더 많은 곳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분들이 한국어가 유창하지만 초반에는 굉장히 괴로워했어요. 하지만 이주여성의 성장과 임파워먼트를 위해 모든 업무를 돌아가면서 똑같이 했습니다.”

2007년부터 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근무해온 허오 처장은 조직팀장을 거쳐 올해부터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오 처장은 올해 하반기 가장 주력할 사업으로 서울시에서 위탁받은 ‘이주여성 전문상담센터’ 운영을 꼽았다.

“기존의 이주여성 쉼터는 폭력 피해 여성만 입소했지만 서울시 위탁센터는 폭력 피해가 아닌 갈등 상황에서 일어난 단순 가출이거나 여성 노동자, 유학생들을 위한 일시보호와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기관입니다. 센터 운영을 잘 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이런 기관이 생겨 결혼 이주여성을 포함해 한국에 와 있는 이주여성들이 혜택을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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