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수법 교묘

 

송지연 기자 다른기사보기

2013-08-08 [10:50:03] | 수정시간: 2013-08-08 [14:15:39] | 4

 

#필리핀 여성 A(29) 씨는 매달 월급을 받을 때마다 이상했다. 세금으로 월급의 10%를 떼어 냈기 때문이다. 회사는 연말정산 때 정부에서 돌려주는 것이라 안심시켰다. 하지만 A 씨는 연말정산 환급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체불하는 수법이 예전보다 더욱 교묘해졌다. 월급에서 갑근세나 4대 보험금 명목으로 급여 일부를 지급하지 않거나, 각종 수당을 누락하는 방식이 늘었다.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이하 외국인센터)8일 상반기 상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상담 3281건 중 임금체불과 관련한 내용이 152(32%)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공제 후 미가입

야근·연차수당 등 떼먹어

세금 뗀 뒤 연말정산 안 해

 

이들 중 상당수는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이다. 야근 수당과 연차 수당 미지급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등 보험금을 공제하고 공단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앞선 필리핀 여성 A 씨 사례처럼 월급에서 과도하게 세금을 떼어낸 후 연말정산 후에 지급하지 않는 업주도 많다.

 

외국인센터 이인경 소장은 "외국인들이 임금 제도를 잘 모를 것이라 여겨 체불하는 사업주가 여전히 많다""예전에는 대놓고 몇 달치 월급을 안 주는 사례가 잦았지만, 요즘에는 체불 수법이 더욱 교묘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직 상담이 208건으로,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 외국인 노동자가 이직을 원하는 이유는 주로 인권 침해, 열악한 작업 환경, 동료와의 불화 등이다.

 

실제 지난 5월 치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자해했다고 알려진 네필인 노동자 K(35) 씨는 사업주와 심각한 이직 갈등을 겪었다고 네팔공동체와 외국인 센터는 전했다. K 씨가 사업장 안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이직을 원했지만, 사업주가 허락해주지 않아 갈등을 겪다가 자해 소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산재나 사업장 폐쇄 혹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에만 이직이 가능하고, 다른 경우에는 사업주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현행 규정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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