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왜 브레이빅(다문화주의 혐오해 77명 살해한 테러범)은 그러한 극단적인 물리력을 행사해서 다문화 저지를 하려고 했을까? 말로는 전혀 통하지 않고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다문화를 막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 바로 물리력 행사이다. 물리력을 사용해 소멸시키고 분쇄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말로만 떠든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물리력을 써서 파쇄시키지 않으면 다문화는 막을 수 없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내용을 온라인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다문화에 대한 편견과 갈등은 오프라인 상에서 뿐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안티다문화 카페만 수십개이며, 총 회원은 수만명에 달한다.


대표적인 안티다문화 카페인 다음 ‘다문화정책반대’에는 무려 1만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카페의 목적은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고 망국으로 가는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우리나라 서민경제가 파탄나고, 인신매매적 성격이 짙은 국제결혼의 이혼율이 한국인 부부의 이혼율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또 외국인 노동자들이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며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다문화에 대한 표현도 거칠다. “차별과 천대를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 사회를 어지럽히는 쓰레기들”, “조선족들이 그냥 사람 푹푹 찌르고 다닌다” 등 외국인에 대한 혐오 글이 줄을 잇는다.

네이버 ‘우리민족 희망연대’에서도 이같은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조선족들이 한국 여성들을 식량으로 삼고 있다”, “외국인 고용센터는 원조교제 장소다”, “다문화 찬성은 망국적 집단 정신병”, “전쟁으로만 나라 망하는 게 아니다. 이런 식의 이민 정책으로 나라 망하는 거다” 등의 게시글에는 다문화에 대한 반감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다문화 가정 첫 국회의원인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검증 게시판도 따로 있다. 게시판에는 “이자스민이 필리핀에서 창녀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자스민의 마약 가능성을 조사하자” 등 강도 높은 비방 글이 올라와 있다.

수위 높은 글들은 넘쳐나지만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들은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아이디로 활동하기 때문에 신원을 파악하기 어렵다. 본지 기자가 접근을 시도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이들은 온라인이 보장하는 ‘익명성’과 ‘비대면성’ 뒤에 숨어 더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다.

온라인상에 글을 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가 적극적인 행동에까지 나서는 안티다문화 카페도 있다.


다음 ‘다문화 근절을 위한 오프라인 모임’은 “억지 다문화를 타파하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도록 하겠다”며 영종도 난민센터 반대, 불법체류자ㆍ외국인 범죄 신고 등 활발한 오프라인 활동을 펴고 있다. 

또 다음 ‘우리문화사랑 국민연대’는 지난 3월 보건복지부의 외국인 의료비 지원, 특히 불법체류자에 대한 의료 지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계속 각하되자 현재 재항고한 상태다.

이처럼 다문화에 대한 반감과 폭언으로 다문화인들은 상처를 받지만 직접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를 하지 않는 이상 안티다문화 카페를 제재하거나 처벌할 수는 없다. 기분이 상해도 그냥 참아 넘기는 다문화인들이 대다수다.


이란에서 건너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에릭(33ㆍ가명) 씨는 “정당하게 일을 해 돈을 벌고 있고 나쁜 짓을 하지도 않는데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천대를 받는 게 억울하다”면서도 “내색을 하지는 않고 더 성실히 일해 인정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 모레나(23ㆍ여ㆍ가명) 씨는 “인터넷에서 다문화 반대 글을 보면 무서울 때가 있다”면서 “2살 된 아이가 있는데 아이가 커서 차별을 받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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