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가 본 다문화] 경제 기여는 자긍심 … 차별엔 거부감
2013-08-13 오후 1:32:28 게재

98%는 "한국경제에 도움" 응답 … '피부색·소득' 따라 인종편견 평가도 '온도차'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대부분은 자신들이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한국인들의 생각과 달리 자신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이들은 한국인들의 인종편견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응답을 내놨다.

내일신문이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와 함께 남양주시외국인지원센터를 통해 외국인근로자 2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의 98.0%는 자신들이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78.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같은 문항으로 한국인들에게 질문한 결과 각각 83.7%와 73.3%로 이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내일신문 7월 29~31일 공동기획 참조>

외국인근로자의 한국사회 인식

반면 일부 한국인들의 차별과 인종편견에 대해선 거부감을 보였다. 외국인근로자들끼리 모국어로 이야기하면 한국인들이 불쾌해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61.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신들이 옆에 앉으면 한국인들이 싫어하느냐는 문항에서 그렇다고 응답한 경우도 47.2%에 달했다. 한국인들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26.2%로 4명중 1명이나 됐다. 한국인들이 외국인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다는 응답도 47.1%나 됐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모국어 사용 문항은 유럽에서도 인종편견 정도를 측정하는데 사용하는 일반적인 문항"이라며 "외국인근로자들은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국외자로 일상생활에서 위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특히 외국인근로자들이 느끼는 차별과 인종편견은 피부색과 사용언어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백인' 계열이 섞인 러시아어권 사용자의 경우 모국어 사용, 옆자리 착석 등에 대한 거부감은 캄보디아, 스리랑카, 필리핀 등 '동남아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외국인근로자의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차별과 인종편견에 노출되는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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